[리뷰] 격정적 아리아로 노래한 보편적 사랑, 오페라 '팔리아치'
[리뷰] 격정적 아리아로 노래한 보편적 사랑, 오페라 '팔리아치'
  • 황인옥
  • 승인 2019.04.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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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의 비극으로 객석 휘어잡은 오페라 ‘팔리아치’
19세기 이탈리아 유랑극단 완벽 재현
무대 꽉 메운 화려한 무대와 의상
카니오역 이병삼 등 주연 열연 압권
조연 빛 잃은 주역 중심 전개 아쉬워
팔리아치
오페라 ‘팔리아치’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다가도 격정적인 질투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테너 이병삼의 팔리아치는 그야말로 대체불가. 이병삼 특유의 고음이 질투심으로 폭발했다. 지난 26일과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으로 작곡가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를 공연했다. 이병삼은 26일 무대에 올랐다. ‘팔리아치’는 그가 미국과 유럽에서 단골로 공연했던 작품이다. ‘팔리아치’에서 카니오 역으로 성공과 실패를 맛보며 이병삼표 카니오를 만들어왔다.

“오페라가 추상적이거나 비구상적인 음악 드라마라는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의도로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친절하면서도 일상적인 느낌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시대 클래식 오페라의 가야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이날 성공적인 무대를 끝낸 이병삼이 밝힌 공연 소감이다.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의 정수 ‘팔리아치’는 19세기 이탈리아 유랑극단 내 광대들의 사랑과 질투, 집착과 비극적 결말의 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광대 분장을 한 성악가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스토리는 무거웠지만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녹음해 레코드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한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 등의 아름다운 아리아가 흘러나올 땐 소름이 돋았다. 흥미진진한 서사보다 보편의 사랑과 질투를 부드럽거나 격정적인 아리아로 강조한 점이 빛났다.

오페라의 배경이기도 한 이탈리아 유랑극단을 완벽하게 재현한 점도 돋보였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타오르미나 극장에서 개최되는 오페라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엔리코 카스틸리오네에게 연줄을 맡긴 것이 주효했다. 그라츠 국제지휘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카를로 골드스타인의 지휘도 이탈리아 감성을 십분 살려낸 공신으로 꼽힌다.

대구오페라하우스측은 “루제로 레온카발로 서거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오페라인 만큼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객석에서 호평이 이어졌는데 이탈리아 남부 출신 예술감독을 기용한 것이 기획의도에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주제는 무거웠으되, 무대는 화사했다. 유랑극단의 무대는 추억을 자극했고, 유랑배우들의 의상은 화려하고 코믹했다. 그들이 유랑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는 시대극을 보는 것같이 아련했다. 스토리와 아리아 외의 눈요깃거리도 쏠쏠했다는 이야기다.

카니오 역의 이병삼과 투톱을 이룬 넷다 역의 소트라노 이윤경의 열연도 빛을 더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노래가 이병삼의 소나기 같은 보이스와 대조를 이뤘다. 여기에 대구오페라하우스 주역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소프라노 신은, 바리톤 임희성·나현규, 테너 차경훈, 김성환 등 신예들의 활약도 중견배우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숨이 멎을 만큼 먹먹했다. 연인의 배신 앞에서 이성을 잃은 카니오가 연인 넷다와 불륜남 실비오를 단칼에 죽이는 장면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불륜의 댓가는 너무나 크고 가혹했고, 비극적인 사랑 앞에 객석도 무대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인터미션 없이 70분간 공연한 구성은 낯설었지만 편안했다. 짧은 시간에 볼 것은 다 보았다는 만족감이 충천했다. 그 때문일까? 객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인기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나 베르디의 작품이 아닌 이름도 생경한 루제로 레온카발의 오페라에 만석에 가까운 객석점유율은 고무적으로 평가됐다. 역시 오페라 고장 대구의 저력다웠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주역 배우 중심의 전개로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었던 조연들이 아쉬웠다. 분명 무대에 배우들은 그득했지만 병풍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공연시간이 짧은 만큼 스토리 중심, 그래서 주연 중심으로 간 것 같았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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