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
  • 승인 2019.04.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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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
前대구고등법원 판사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왕과 같은 전제 군주도 없으며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헌법에서 분명히 선언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왕은 없습니다. 그런데 왕과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회의원들입니다.

헌법상 대한민국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군통수권자이며 행정부의 수반입니다. 그래서 헌법과 법률에 있어서 대통령의 권한은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주된 기능을 가지는 것이 국회의원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한다는 명분으로 국회의원이 실제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똘똘 뭉쳐 이를 지키는데 안면몰수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회는 ‘동물국회’란 말이 나올 정도로 법도 없으며 절차도 없습니다. 어떤 조직과 사적 모임에도 이런 무법과 무질서가 통용되는 곳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을까요? 이러니 대한민국에 대한 여러 보고서에 후진적 정치가 대한민국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지금 극한 대치로 이끄는 소위 ‘패스트트랙’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4당이 합의한 것으로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과 함께 묶어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에 관한 법률을 신속히 처리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합의된 공수처법을 보면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국회의원은 쏙 뺐습니다. 현재 판사와 검사에 대하여는 사실상 수사가 잘 진행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고, 또한 국회의원 역시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검찰에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법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국회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여 처벌받고, 각종 수당을 보좌관 이름으로 편법으로 수령하여 고발되는 사례가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회의원에 대하여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심판하고자 하여도 그 공천권이 부패한 정당에 있으므로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특히 소선구제를 채택한 우리 선거제도는 영호남을 야당과 여당이 나눠가지는 지역 분할 정치구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국회의원 선거가 가까이 오면 정쟁을 여야 할 것 없이 극도로 부추깁니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 하는 행태는 정쟁의 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지고불변한 국회의원들의 원칙은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회의원의 특권과 보호입니다. 김영란법에서도 국회의원이 빠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 전체를 정화하자면서 어렵게 통과시킨 김영란법의 실제 집행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빠진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국민들이 그렇게 요구하는 기초의원 폐지나 적어도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에 대하여,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사실상 하수인 격인 기초의원 폐지에 절대 반대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상식과는 전혀 반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만 잘 구워삶아서 국민들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지게 하고, 자신들은 어떻게 받은 공천과 당선인데 절대 그 특권을 내려놓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다소 국회의원의 역할이 줄어들더라도 그 특권을 과감히 없애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혁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각 지역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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