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서체 바탕 독창적 필체 구현”…서예인 잇단 호평
“6개 서체 바탕 독창적 필체 구현”…서예인 잇단 호평
  • 김영태
  • 승인 2019.04.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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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경북지부·해동서화協 후원
62세 대구공화회관서 첫 개인전
병풍 4개·국전작 등 52점 공개
“강직, 청아하며 기상이 있고
청풍명월 풍류가 돋보인다”
같은해 연서회 두번째 작품전
회원 41명 63점 선봬 ‘대성황’
이듬해 서예가협 중앙위 자격
개인전전시장-공화화랑
개인전 전시장(공화화랑)에서, 오른쪽 첫째가 소헌 선생, 두번째 죽농 서동균, 세번째 수암 한정달, 네번째 서양화가 배명학 선생(1969).

 

소헌 김만호의 예술세계를 찾아서 (16)- 장년시절7. 1969(62세)~1970(63세)

◇소헌선생 첫 개인전

장년기에 접어들어 ‘서도가(書道家) 소헌(素軒)’이라는 이름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발표하는 개인전은 소헌 선생이 62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개최할 수 있었다. 서도(書道)로 세상에 작품을 내놓기까지 그동안 구도(求道)의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첫 개인전은 1969년 5월26일에서 31일까지 엿새 동안 대구공화회관 화랑에서 열었다. 당초에는 지난 겨울에 제작한 신작(新作)으로만 전시할려고 했으나 이전의 작품 중에서 선정한 것도 출품했다.

소헌선생첫개인전
소헌선생 첫 개인전 (1969.5.26~5.31 대구공화회관화랑)

전시한 작품은 전면 적벽부(赤壁賦) 후면 고시쌍행(古詩雙行)을 행서로 쓴 병풍과, 전면 주역계사(周易繫辭, 해서) 후면 예기비문(禮記碑文, 예서)을 쓴 병풍을 비롯해 병풍 4작품과 국전 작품, 각종 초대전에 출품했던 작품을 포함하여 모두 52점이었다.

선생은 작품을 모두 진열해 놓고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환갑이 넘도록 자신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발표하는 전시회를 처음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전을 가진 이유는 단순히 작품 성과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 모색을 위한 것이었다. 작품을 여러 사람에게 보임으로서 기탄없이 비판도 받아보고 자성의 기회도 갖고 싶었던 것이다.

개인전을 여는데 예총경북지부와 해동서화협회에서 적극 후원하였고 전시장에는 서예인을 비롯해서 각계 각층의 많은 인사들이 왕림해서 축하를 했다. 뜻밖의 성황에 선생은 몹시 송구스러워했다. 서예인들은 고전(古篆), 소전(小篆), 예서(隸書)와 해(諧), 행(行), 초(草) 등 6체를 고루 보여주는 다양성이 돋보이는 전시라고 했고, 또 솔직한 느낌으로 지적과 비판도 해주어 선생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학자 소원(韶園) 이수락(李壽洛) 선생은 서예전시회를 보고 다음의 축하 서찰(書札)을 보내왔다. 그 내용을 보면

「觀素軒書藝展 관소헌서예전/ 至道元凝知力專 六旬今作必中仙 지도원응지력전 육순금작필중선/ 精華星月昭臨紙 恍惚魚龍躍出淵 정화성월소임지 황홀어룡약출연/ 晉魏雄魂皆得法 儒禪高語各成篇 진위웅혼개득법 유선고어각성편/ 淸香又及群英潤 爲賀裕模永有傳 청향우급군영윤 위하여모영유전/ 己酉春 弟李壽洛謹呈 기유춘 제 이수락 근정」

이를 해석하면

「소헌서예전을 보고/ 지극한 도(道)와 온전히 응결되니, 육순(六旬)에 서예의 신선이 되었도다./ 오랜 세월의 정화(精華)가 종이 위에 비치니, 고기와 용이 황홀하게 못에서 뛰쳐 나오는 듯 하도다./ 진(晉)나라와 위(魏)나라 시대의 위대한 정신을 그 필법에 다 얻고, 유학와 불가의 고매한 말들을 글로 다 이루었네./ 맑은 향기가 뭇 제자들에게 까지 미치니, 그를 위해 영원히 전해질 것을 축하하노라./ 을유년(1969) 봄날에 제(弟) 소원 이수락 삼가 드리다」

그리고 모산(慕山) 심재완(沈載完) 영남대 교수는 매일신문 문화면(1969.5.30)에 소헌 서예전평(書藝展評)을 기고했다. 원문대로 기록하면 아래와 같다.

「각 서체(書體) 터득한 자체(自體) 확립

소헌 김만호 서예전을 보고.

대구 출신 서예가 소헌 김만호 씨의 서예전이 공화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소헌은 평소 나의 존경하는 서가(書家)이다. 그는 서예가(書藝家)이라기보다 서도가(書道家)라 함이 옳을 것이다. 서예가 한갓 기교보다 인격의 수양을 겸한 길이라고 한다면 소헌은 구도자의 자세로 역대(歷代) 대가(大家)의 법첩(法帖)을 좌우에 두고 일야(日夜) 정진하고 또 후진양성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위하여 그는 천오백 매의 화선지를 썼다고 듣고 있다.

그의 경건한 태도와 비상한 정력에 우선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가 가까이는 송(宋), 명(明)에서 진(晉), 당(唐)에 주력을 두고 다시 육조(六曹)에까지 소급하는 수도과정은 이번 서예전에서 짐작되거니와 그의 국전 입선작품 전시가 또한 그의 역정을 말해 준다. 서도연구가를 위하여 또는 소헌서예의 이해를 위하여 7회에 걸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당(唐)의 유공권(柳公權)체(제11회)에서 구양순(歐陽詢), 안진경(安眞卿), 조송설(趙松雪) 등에서 득력한 중에서도 특선작(제15회)은 서상(敍上) 각체를 토대로 그의 비범한 독창성을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소헌은 예(隸)에서 조전비(曺全碑), 해(諧)에서 당구대가(唐舊大家), 행(行)에서 성교서(聖敎序), 초(草)에서 서보(書譜) 17첩(帖), 다시 송(宋)의 동파산곡(東坡山谷), 명(明)의 동기창(董其昌) 까지 마스터하고 다시 육조(六曹)로 달리고 있다. 환원하면 소헌은 각 서체를 종횡으로 골고루 터득하고 다시 자체 확립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심정즉필증(心正卽筆正)이라 했다. 소헌의 성실한 인격, 맹열한 구도정신은 그대로 그의 서(書)에 나타나고 있다 하겠다.

고루한 한체에 얽매이지 않고 고금제가(古今諸家)에서 항시 구도하는 진지한 태도, 자아발견에서 정진하는 열정은 서도하는 사람의 요체(要諦)가 되어야 함을 그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강직(剛直)하고 청아(淸雅)하며 태산(泰山)교옥의 기상이 있고 청풍명월(淸風明月)의 풍류가 보이는 그의 서예는 노당익장(老當益壯) 휴식을 모르니 앞으로도 더욱 빛나는 작품을 보여 주리라 믿는 바이다. (沈載完)」

첫 개인전을 열자 봇물 터지듯 문하생들의 전시가 연이어 이어졌다. 5월 말에 개인전을 마치고 곧 뒤이어 6월 초에 봉강연서회의 두 번째 작품전이 개최된 것이다. 전시장은 공화회관 화랑에서였으며 6월 11일부터 닷새 동안 마련되었다. 41명의 회원 작품 63점을 전시하였다. 1회 때와 마찬가지로 성황 속에 끝난 전시회는 회원들의 성의 또한 대단한 것이었다. 모두들 한마음 같이 열의를 보였고 수준도 높아 선생은 이 정도면 영남 서도의 앞날이 양양(揚揚)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봉강연서회원전을 마치고 그 다음날 소헌 선생 부부는 3박 5일 일정(69.6.16~19)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평익계 주관으로 계원 내외가 동반하여 제주도를 일주하는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토록 오래동안 마음 깊숙이 준비해 왔던 개인전과 봉강서도전을 성공리에 마친 선생은 돌(石多), 바람(風多), 여자(女多)가 많은 삼다도(三多島)의 이국적 풍광에 흠뻑 젖어 그동안의 긴장감이 풀리고 만족감으로 편안하게 다녀왔다.

이 해에 선생은 한국서예가협회 중앙위원으로 피선되었다.

1970년 5월에는 영남대학교 개교 3주년을 맞아 소헌 선생은 축하 휘호를 써서 보냈다.

「繼往聖改來學 日長明月長明 계왕성개래학 일월명월장명/ 1970年 庚戌夏 祝嶺南大學校開校三周年 素軒 金萬湖」

해석하면

「지나간 성인(聖人)을 계승하고 오는 학문(學問)을 열어 펼치니, 태양과 달과 같이 길이 길이 밝아 지리라. 1970년 여름 영남대학교 개교 3주년을 축하하며 소헌 김만호 쓰다」

김영태 영남대 명예교수(공학박사,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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