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현주소 보여준 ‘패스트트랙’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 보여준 ‘패스트트랙’
  • 승인 2019.04.30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저께 자정 5분 전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 됐다.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여야 4당이 밀어붙인 것이다. 이로써 이들 법안은 최장 330일의 험난한 국회 입법 여정에 들어가게 됐다. 이들의 본회의 통과와 관계없이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착잡하다.

이날 이들 법안의 상정부터 제안 설명, 여야 의사진행 발언, 무기명 투표와 개표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오후 10시30분께 국회 본청 220호에서 507호로 장소를 급변경하고 한국당의 회의 방해에 대비해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안건 의결을 위한 정족수가 충족된 것을 확인한 후 개의를 선언했고 11시56분께 안건을 통과시켰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는 첩보작전처럼 전광석화 같았다.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좌파 독재’,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며 사개특위의 ‘원천 무효’를 거듭 주장했다.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 참으로 참담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오늘 유린됐다”며 국민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불법행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의가 있으면 법 절차에 따라 이의 제기를 하라”고 맞받았다.

국민이 보기에는 사개위 강행이나 사·보임 등을 놓고 어느 쪽이 위법인지 헷갈린다. 또 어느 쪽이 민주주의 훼손인지도 헷갈린다. 그러나 여야가 사활을 걸고 극한적으로 대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느냐는 점이 아쉽다. 이번 페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여야 의원 수십명이 고발됐다. 여야 의원과 당 관련자들의 격렬한 몸싸움도 있었다. 여야의 충돌을 막기 위한 대화 시도나 타협을 위한 영수회담 등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급기야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도둑놈들에게 정권을 맞길 수 없다”라고 극언했다. “정권을 맞길 수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이번 선거법 개정 시도가 민주당의 장기집권 목적이라는 것을 실토하는 말로 들린다. 공수처도 ‘괴물기관’이 될 수 있다. 여당은 법안들을 강행할 생각보다는 그것들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여야 모두가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