住民에서 主民으로 거듭나기
住民에서 主民으로 거듭나기
  • 승인 2019.05.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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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많은 주민들에게 동네는 그저 거주하는 곳이다. 누군가 더러워진 도로를 말끔히 청소해주고 밤이면 불을 밝히고 주차선을 그어 내 차를 세울 수 있게 해주었다. 세금내고 행정서비스를 지원받는 대신 마을의 주인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 누군가가 해왔던 공적인 일에 대한 새로운 공공성의 개념이 필요하다.

마을입구 다니는 길에 쓰레기가 쌓여 있을 때 쓰레기봉투에 담아 치우는 일, 이는 개인이 한 일이지만 공적인 일이다.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수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활동을 했으니 이를 공공서비스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서비스를 주민이 직접 하는 것은 주민참여의 한 계단을 오르는 일이다.

주민자치는 지역사회 문제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나아가 지역사회를 운영하는 주체로 참여하는 일이다. 주민으로서 대표적인 역량은 참여이다. 참여를 통해 외적인 환경의 변화만 아니라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한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주민자치회, 커뮤니티 케어,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새로이 생겨나는 무수한 문제와 정책들을 학습하고 공유하는 일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연대의 실천은 공적영역의 의사결정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마을 활동에의 참여는 마을 결정에 함께 함으로써 주민의 입장에서는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며 행정은 주민참여를 통해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행정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민관협력 거버넌스로서 사회전체의 필요성을 충족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주민의 역량이 강화되고 상호 신뢰하게 되어 마을공동체의 사회자본은 커지게 된다. 마을공동체의 자본이 모여 국가경쟁력이 된다.

지금까지 국가경쟁력이 중앙의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기획되고 운영되었다면 이제는 지방, 특히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통한 거버넌스가 국가경쟁력이다.

행정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는 이미 경험하고 있기에 다양한 차원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마을단위의 경우도 주민주권 구현을 위해서 주민자치회 대표성 제고 및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하나의 단체로서 또 다른 대의제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원칙은 주민이 참여하고 숙의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여야 한다.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삶의 질이 경제성장에 못 미친다. 불과 몇 십년 만에 절대 빈곤국에서 GDP 12위, 수출 6위 국가가 되었으나 삶의 질 개선 측면을 보면 경제 발전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OECD의 BLI(더 나은 삶·Better Life Index)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38개국 중 29위로 공동체 34위, 일과 여가 균형 34위, 행복지수 27위 등이다. 2012년 24위에서 2017년 29위로 떨어졌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방자치 활성화시기를 맞아 지역의 결정권이 커지는 과정에서 주민이 주인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지역에 주어지는 기회들은 형식적이 되거나 소수의 독점이 된다. 그렇다면 또 무늬만 자치인 시대, 내가 낸 세금이 소수의 관심사에 투입되어 다수의 일상이 소외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 주민이 깨어야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 되어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가져올 것이다.

분권이 먼저인가? 참여가 먼저인가? 지방정부 혁신 없는 분권은 또 다른 집권이라는 담론은 항상 기억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혁신은 모든 영역과 과정에서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마을에서의 혁신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이다. 행정은 이를 위해 교육과 홍보를 하고 활동판을 깔아야 한다. 잘 된다면 공무원은 주민이 모이는 회의장의 불을 켜고 끄는 일만 하면 된다.

마을활동이 경제활동이 되고 최소한의 수입만 있어도 불안하지 않으며 지나는 길에 밥 한끼 할 수 있는 곳,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웃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곳, 住民이 主民으로 사는 마을은 이런 곳이다.

살기 좋은 마을로 돈 모아 이사 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참여를 통해 내가 사는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살기 좋아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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