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생각한다
‘가정의 달’에 생각한다
  • 승인 2019.05.01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록의 5월, 가정의 달이 시작됐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5월’을 보면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그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고 하였다. 5월은 그야말로 계절의 여왕이다.

그 5월에는 가정과 연관된 기념일이 숲속의 나무들처럼 빼꼭하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1일은 입양의 날, 12일은 석가탄신일, 15일은 스승의 날, 18일은 성년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하나같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가정을 되돌아보고 그것이 우리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변화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지를 생각하게 하는 날들이다.

가정은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삶의 둥지다. 지친 몸과 긴장했던 마음을 풀어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가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 개인의 가정이 화목하며 건강해져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그 몫을 다 하기를 원한다. 가정은 사랑과 화목의 요람이다. 경로사상이나 효사상의 핵심은 사랑과 화목에 있다. 가정이 원만하고 건전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잘 할 수가 없다. 가정이 건강해야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가정이 지상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나 다름없는 위기상황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학대와 폭력 등 가정이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변한 경우가 숱하다. 가정폭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해체되는 가정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가정해체는 또 다른 상처를 남긴다. 고스란히 자녀들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불행의 연속이 된다.

자식과 떨어져 사는 노부모 문제도 심각하다. “OO아 전화 좀 해라. 죽었는지 살았는지….” 하는 말을 텔레비전 노인 프로그램에서 자주 듣게 된다. 지붕은 내려앉아 하늘이 보이고 벽은 구멍이 뚫렸으며 난방이 안 되는 냉돌에 전기장판을 깔고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노부모들. 자원봉사자들의 온정에 기대어 간신히 끼니를 이어가면서도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염려해서 한사코 전화번호를 밝히지 않는 참담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사회가 깊은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분주한 세상사 속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기 바란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