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시행착오
  • 승인 2019.05.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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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우리는 늘 시시때때로 넘어진다. 사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삶 자체가 실수투성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넘어지는 것을 겁낸다. 넘어짐이 실패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넘어지는 건 실패가 아니고 그냥 실수고 시행착오(試行錯誤)다. 인생에 있어서 실패가 어디 있나. 우리가 하는 많은 것들은 모두 시행착오에 불과하다. 모두가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넘어지고 엎어지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많이 해본 익숙한 일이라면 잘 해내겠지만, 처음 접하는 일이라 익숙하지 않다. 당연한 일인데도 우리는 넘어지는 걸 많이 겁낸다.

강의 중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보면 학생들이 대답을 거의 하지 않는다. 교수가 원하는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혹여나 교수가 원하는 답을 이야기하지 못하면 창피를 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듣고 싶었던 것은 답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당연히 처음이라 모를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거의 일 년 가까이를 걷지 못한다. 처음에는 누워 있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뒤집기를 한다. 그러다가 배밀이를 하고, 어느 날 네발로 기어 다닌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물건을 잡고서 이제 두 발로 일어설 수 있다. 그것도 잠시 넘어지고 엎어지고를 수도 없이 하면서 우리는 마침내 자기 두 다리로 걷게 된다. 만약 넘어지고 엎어지고를 실패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걸을 수 있었을까? 넘어짐이 실패라고 생각했다면 우리는 아마 걷는 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아~나는 일어나 걸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하고 포기를 하고 누워 지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넘어지면서도 일어나고 다시 또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드디어 혼자 힘으로 세상을 걸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남녀가 사랑하는 것도 수많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첫사랑이 안 되는 이유? 바로 ‘처음’이기 때문이다. 사랑할 때 나는 어떤 식으로 사랑을 하는지 처음이라 잘 모른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잘 나고 완벽한 사람이라도 둘의 상호작용에서는 완벽하지 않고 허점이 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혼자일 때의 나와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나는 완전히 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할 때, 시기심이 생길 때, 때로는 죽을 만큼 그리울 때 내 모습은 어떤지를 사랑해보지 않고서는 잘 모른다. 첫사랑은 아무리 좋은 사람이 만나더라도 사랑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랑이 지속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첫사랑에 실패를 한다. 만약 첫 번째 헤어짐을 실패라고 생각했다면 우리는 두 번 다시 사랑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헤어지고 아파하고 다시 헤어지고 하다 보면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사랑할 때 나는 이런 태도를 갖고 있고 나의 사랑은 또 이런 사람과 가장 잘 어울리는구나 하고 자기 자신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많은 이별 후(수많은 시행착오 후)만난 사람과 좋은 사랑을 이어 가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것을 배울 때도 시행착오를 한다. 처음 찌개를 끓이고 무슨 이런 맛이 다 있나 싶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때 실패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요리를 포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그러다가 맛을 보지 않고서도 대충 눈대중으로 그 맛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며 산다. 시행착오를 실패라고 생각하지말자. 넘어짐은 실패가 아니라 그냥 과정 속에 있을 수 있는 ‘실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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