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두 번
도시를 탈출하여
산골을 찾는 노부부가 있다.
스콧 니어링을 동경하지만
박사니, 최초니
화려한 이력은
도시에 옭아매는 강선 올무다.
그럼에도,
산골 깊은 밤마다
부부는 아이처럼 별을 찾는다.
이젠 손을 맞잡고
애정이 다분한 밀어를
나누기는 쑥스러울 나이지만
뒷짐 다소곳이 쥐고
몇 만 광년인지 모를 전설의 별에
함께 소점消點을 맞춘다.
사십 년 전 미국 땅에서
사랑이 빛나던 황금 같은 시절에
함께 보았던 별이
지금,
몇 등성이나 낮게 보이는 건
이제 다촛점 렌즈 안경이
틀니처럼 필수품이 된 나이 때문인가.
때론,
백두대간 자락이라는 이 산골마저
중국산 공해에 찌든 공기 탓도 해보지만
실은,
소나무, 멧돼지, 두견이 서껀...
심지어 귀신마저 잠든 이 깊은 밤에
누가 길 찾아든다고
밤새 켜 놓은 가로등 불빛이
별빛을 상쇄한 때문이다.
젊은 날에 그랬던 것처럼
연인의 어깨를 살며시 잡고
가로등 불빛 범접치 못하는
산등성이로 어둠을 밟아
조심스레 올라서면
그제야!
몇 억 광년 별 네 개가
노부부의 눈에 숨어든다.
◇김연창= 1964년 경북 상주출생. 시인 및 생태운동가,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역임. 경남 함양 녹색대학 교수역임. 낙동강문학 심사위원.
<해설> 백년해로라는 말을 참 쉽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고 존경하고, 첫 만남의 설렘을 여전히 간직하고 산다는 것은 박사 학위를 열 개 취득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존중이 앞서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너를 보다는 내가 당신을 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최소한 나보다 좀 더 앞에 두고 상대를 보는 것. 그것이 노부부의 눈에 별이 숨어들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부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