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토대 전시기획 시스템 체계화”, 최은주 신임 대구미술관장
“소통 토대 전시기획 시스템 체계화”, 최은주 신임 대구미술관장
  • 황인옥
  • 승인 2019.05.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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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회의’ 정례화로 구성원들과 소통 강화
소장품은 미술관의 핵심… 데이터베이스화
상설관 구축 앞서 10년 내 미술품 3천점 수집
‘韓근대미술·현대대구화단’ 재발견 조화 집중
최은주관장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대구미술관 제공

부임 2주 만에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최은주(56) 대구미술관장의 얼굴은 초췌했다. 미술관 업무 파악과 대구미술계 인사들과의 접촉 등으로 분주하게 보냈을 일정들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러나 첫 포문은 대구미술관 비전 제시로 활기차게 열었다. “대구와 세계, 현재와 미래를 품는 대구미술관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두 차례 관장 공모’라는 난항과 ‘길어진 공석’ 등으로 인한 공백을 빠르게 회복해야 하는 부담감이 없지 않을 터인데 부임 2주 만에 미술관 전반을 파악한 듯 보였다. “미술관은 예산 문제보다 전시 불씨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임기동안 미술관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식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구성원들의 열정을 더하고, 여기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겠다.”

최 신임 관장은 25년간 국립현대미술관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경기도립미술관장을 맡아 조직운영 능력과 통솔력을 인정받은바 있다. 이만하면 ‘미술관 전문가’, ‘준비된 관장’이라 할 만하다. 그런 그가 대구미술관의 현주소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궁금했다. 일단은 “합격점”을 주는 듯했다. “개관 후 지금까지 10개 전시, 소장품 1,200점 확보, 큐레이터 숫자, 교육프로그램 등을 구축하며 미술관답게 성장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냉철하게 짚고 넘어갔다. “미술관이 갖춰야할 조건은 갖춰졌으나 신생미술관이 겪는 문제점은 있다”는 것. 그는 “보다 체계적으로 시스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선진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법론은 역시 ‘소통’이었다. 관장이 전문성을 무기로 일방적으로 틀을 짜기보다 구성원들과의 협의를 통해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다양한 방식의 소통 통로를 정례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기획과 결정, 실행단계에서의 깊이감을 확보하고 구성원들이 가진 전문성을 공유하겠다는 것. 그러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시절에 만든 전시기획회의를 롤 모델로 제시했다. “1년에 분기나 상,하반기로 나눠 외부전문가와 이너서클, 큐레이터가 한 자리에 모여 소통하며 미술관 전시과 교육 아이템이 드러나게 하고, 전문적인 내용도 공유하겠다.” 예컨대 전시기획의 경우 담당 큐레이터 한 사람에게 전임하기보다 회의체를 통해 전시 발굴, 심화, 평가까지 진행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전시 안정화와 큐레이터 육성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나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이미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라야 큐레이터 등의 공공미술전문가와 미디어 전문가가 육성될 수 있다. 대구미술관에는 한국화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소장품에 대한 계획도 높은 비중으로 다뤘다. 미술관의 정체성에서 소장품은 중요하다는 의식이 깔린 포석이었다. 그가 대구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데이터화 필요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소장품 단·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데이터화는 선결과제라는 것. “소장시기, 작품, 작가, 파생자료 등의 기초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한다.” 그가 소장품 상설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소장품 3천점 확보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상설관이 구색을 맞추려면 최소 3천 점이 필요하다. 10년 내 소장품 3천점 확보가 1차 목표다.”

대구는 대한민국 근대미술의 메카다. 이인성, 이쾌대 등 수많은 화가들이 대구에서 근대미술의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대구 현대미술의 중추를 담당하는 대구미술관이 대구근대미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최 관장도 이 부분을 의식한 듯 대구근대미술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국대표근대미술관인 덕수궁미술관장 재직시절에 한국근대미술 활성화를 위한 근대관련 전시를 기획할 때 반드시 대구근대미술을 살펴봐야 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근대미술의 요람으로서의 대구미술과 대구미술관 매칭은 원활하지 못한 느낌”이라고 밝히고, “한국 근대미술과 현대대구화단의 관계를 새롭게 점검하고 도출하는 전시와 교육 등의 기획을 다채롭게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에 잔뼈가 굵은 미술관 전문가인 그에게 미술관의 역할을 물었더니 첫 째로 “공감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고, 이를 통해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보다 근원적인 역할이 먼저라는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았다. ”예술적인 독창성을 추구하는 것이 미술의 역할이며, 미술관은 그런 가치들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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