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연설문 다시 보기
[윤덕우 칼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연설문 다시 보기
  • 승인 2019.05.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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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지난 주말 고향친구들과 저녁 모임이 있어 부산에 내려갔다. 개인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가면서 기사와 나눈 대화다.

“어디서 왔습니까?” “대구서 왔심더.” “말투보니까 대구 말씨네요.” “부산 온김에 회도 사먹고 돈도 좀 쓰고 가이소. 그래야 부산이 살지요.” “기사 아저씨도 대구 놀러 와서 택시도 좀 타고 돈도 좀쓰고 가이소. 대구는 더 어렵심더.”

“대구도 경기가 안좋지요?” “대구 경제는 많이 안좋습니다. 요즘 구미공단도 어렵고 포항공단도 어려우니까 더합니다. 구미공단은 공장 매물이 많이 나와도 제조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매물이 계속 쌓인답니다. 임대도 많이 나와 있고요. 구미공단이 어려우니 젊은 사람들은 타지로 나가고 아파트 가격도 많이 내렸답니다. 대구 성서공단도 마찬가지고요. 한때 평당 500만원하던 공장이 350만원 수준으로 내려왔는데도 선뜻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다고 합니다. 탈원전 때문에 울진이나 영덕·경주 등도 아우성입니다. 포항은 지진 때문에 난리고요. 특별법 제정도 지지 부진합니다.”

“부산은요?” “부산도 형편없다 아입니까. 아파트 값만 잔뜩 올랐고. 서민들은 죽겠심더…” “그래도 대통령이 부산사람인데 부산은 뭐가 좋아도 좋을낀데요. 대구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는데… ”

“부산사람요? 부산오면 부산이 고향이고, 거제가면 거제가 고향이고, 양산가면 양산이 고향이고, 다른 지역가면 또…” “이제는 한번 속지 더 이상은 안 속을 낍니다. 한번 두고 보이소. 내년되면 알낍니다. 부산도 확 바뀠다 아입니까. 내가 이래 말하면 손님 양반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문대통령 하는거 보니까 진절머리 납니다.”

“부산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의왼데요.” “택시 운전하면 온갖 손님들과 얘기하잖아요. 2년 전하고 분위기가 억수로 달라졌다 아입니까. 나는 아직도 문대통령 취임연설문 기억합니다. 제대로 하는게 뭐 있습니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더니만 경제 돌아가는 꼬라지 보니까 정말로 그럴까 두렵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니 최저임금 인상이니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만…. 주머니 사정이 안좋으니까 택시 손님이 확 줄었어요. 택시 운전해도 이렇게 장사 안 되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이런 데도 대통령은 입만 떼면 ‘경제가 견실하다’, ‘배들어 올 때 노저어라’ 뭐 그런 말씀 하잖아요. 속에 천불이 납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요.”

“예. 기사 아저씨 말씀 이해 됩니다. 대구도 수성못 들안길이라고 유명한 식당가가 있는데 점심시간을 넘으면 먹을 데가 없어요.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식당업주들이 오후 3시 이후 오후 5시까지는 직원을 안쓴다카네요. 대구도 택시 승객이 확 줄었다 캅니다.”

“지금 경제가 이래 어려운데 데모만 하던 좌파 운동권 사람들이 대통령 둘러싸고 있으니…. 그라고 문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분명히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잖아요. 지금 국민들이 문대통령 말대로 통합하고 공존한다고 생각합니까? 국민들이 이념논쟁과 지역·세대·계층별 이해득실로 갈기갈기 분열되고 있잖아요. 새로운 대한민국이 아니라 완전 분열된 대한민국으로 나간다 아입니까? 통합한다 카면서 눈만 뜨면 적폐청산한다카니? 적폐청산이 뭡니까? 가만히 보면 반대세력들 꼼짝 못하게 입막는거 잖아요.

박근혜 정권 사람들은 블랙리스트니 화이트리스트니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다잡아넣고 자기들은 장관이니 공기업이니 온갖 고관대작 자리에 자기 사람들 다 집어넣잖아요. 캠코던가 뭔가 있잖아요.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그렇게 얘기했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니 뭔가 나왔잖아요.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박찬주 사령관 갑질카면서 잡아넣더니만 무죄로 나왔잖아요. 택시 운전하면 웬만한 뉴스는 기자들보다 더 잘 압니다. 요즘 방송이나 신문도 정권 나팔수잖아요. 특히 KBS나 MBC는 더 하고요. 그래서 KBS나 MBC뉴스는 아예 안봅니다. KBS는 보지도 않는데 왜 강제로 수신료를 징수하는지 모르겠어요. 문 대통령 머리 속에는 오로지 북한만 들어있는 것 같아요. 그라고 오늘 종일 뉴스 나오는데 북한에서 또 미사일인가 뭔가 쐈잖아요. 김정은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5월10일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이다. 기사분 말이 생각나 문 대통령 취임연설문을 다시 읽어 봤다. 대통령은 약속했다. 권위적 대통령 문화 청산, 광화문 대통령 시대 개막, 소통하는 대통령, 대통령 제왕적 권력 분산, 권력기관 정치 완전 독립, 안보위기 해결, 한미동맹 강화, 사드 문제 해결, 자주국방 강화, 북핵문제 해결, 보수와 진보 갈등 종결, 야당은 국정운영 동반자, 지지여부와 상관없는 고른 인재등용, 일자리 정부 등을… . 이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고 했다. 국민들은 지금 이렇게 얘기한다.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더 힘들다. 그럼 이게 나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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