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삼!
드디어 고삼!
  • 승인 2019.05.06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순란(주부)
아들이 몸에 좋은 인삼보다 더 쓰다는 고삼이 되었다. 딸도 올해 고1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고등학교 중간고사이다. 딸은 새학기 처음 치르는 시험이고, 대입을 위한 내신의 첫 발걸음이라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 고삼인 아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 잔다. 1학기 전체 성적 중 30%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결과가 어떻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하리라 다짐한다. 고삼까지 아직 긴 날들이 남아 있다.

시작하는 딸과 달리 아들은 이제 마무리를 해야할 단계이다. 고1때부터 수시로 대학입학을 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며 알아서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수시로 가기 어렵다며 정시로 가겠다고 한다. 수시보다 정시의 비중이 적고, 작년 불수능으로 고득점 재수생들이 많아 정시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수시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홍희의 생각도 고삼 중간, 기말, 수행평가에 집중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수시로 갔으면 좋겠다.

물론 수능까지 열심히 하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면야 더 바랄 것은 없다. 자신이 그때까지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하니 믿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수능까지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고, 수시에 합격한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서 공부 분위기가 흐트러질 것이 명백한데 혼자서 오래달리기를 할 수 있을지가 염려된다. 아들을 믿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모든 엄마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 온 바를 토대로 신뢰가 형성되기에 미래의 날들이 불안하기만 하다.

고삼 중간고사 준비를 하면서도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비교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비슷한 시간에 잠을 자는 동생은 6시에도 발딱발딱 일어나서 7시쯤 학교를 간다. 아들도 고2 초에는 7시 전에 벌떡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었다. 한 달동안 그랬다. 고삼인 지금 그 때가 자꾸 생각난다. 일어나고자 하면 일어날 수 있는 아이였다. 그랬던 아들이 왜 못 일어나는가? 그건 엄마의 욕심 때문이었다.

아들이 고2가 되어 결심을 했는지 혼자서 잘 일어나고 아침밥상에 앉아 밥도 챙겨먹었다. 1개월이 되었을 때 욕심 때문에 6시에 일어나길 권유했다. 어릴 때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 체질인듯한 저녁형인간이다. 엄마인 홍희도 밤이 되면 머리가 맑아진다. 아침형으로 개선해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잘 안 되었다. 아들도 엄마를 닮았다. 그걸 알면서도 엄마의 욕심으로 6시에 일어나길 권유했다. 둘째날까지 6시에 일어나던 아들은 셋째날부터 6시에도 못 일어나고 7시에도 못 일어났다. 지금까지 7시를 한참 넘기고서야 엄마가 10분간격으로 깨워서 겨우 일어난다. 그 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었다면 습관이 되었을 것이다. 자기주도적 생활과 학습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고삼 아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열심히 하겠으니 자신이 하고싶은대로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달라고 한다. 스스로 하겠다고 한다. 다행이다. 스스로 할 때 더 욕심내지 않고 격려하고 지지해주었어야 했던 작년을 거울 삼아 올해는 더 욕심내지 않고 아들이 지치지 않고 덜 힘들어하도록 관심과 공감을 해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오는 아들을 얼굴이라도 꼭 보고 잔다. 아침에 비록 약간은 늦게 일어나더라도 푹 자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로 했다.

믿어야 할까? 포기해야 할까? 드디어 대입문 앞에 선 고삼이 되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