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지금 대학에선
<대구논단> 지금 대학에선
  • 승인 2010.03.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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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입학처장

지난달은 학교들마다 졸업식으로 분주했고 이번 달은 입학식과 함께 대학 교정들은 돋아나는 봄기운과 젊은 에너지들로 활기가 넘쳐난다.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 된 사람들은 관심 밖일 수 있지만 졸업생 자녀를 둔 학부모나 나처럼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졸업과 입학 시즌에 민감하다. 지인들과 그 자녀들도 챙겨야 하고, 제자들의 졸업과 취업이나 진로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졸업식 풍경은 바람직하지 못한 전통과 졸업 이벤트로 우리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어린 시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졸업식 노래에 눈물을 글썽이던 천진무구의 친구들, 졸업이 마치 친구들과의 갈림길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쉬움에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들, 목걸이 꽃다발을 걸고 기념사진을 찍어대던 교정, 그리고 모처럼의 외식으로 북새통을 이루던 학교 주변 음식점들 등 졸업과 관련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졸업문화의 현대화가 야속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이번 달 초 입학식을 시작으로 학사 일정이 이미 정상화되었지만 대부분의 학과에서 이번 달은 신입생과 관계되는 행사준비에 에너지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입학 전 대학의 전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예비대학과는 별개로 학과단위별로 환영회와 MT등이 잡혀있고 또 개인별 동아리 가입에 따른 활동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당국은 단체행사 진행에 따른 효율과 안전성확보를 당연히 강조하고 있다.

요즘 입학자원의 감소로 대학마다 홍보와 학생모집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학생모집이 완전히 끝난 이맘때쯤이면 입학관련 업무는 한숨 돌리는 시기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뚜껑을 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저마다 만만치 않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학생유치전 이상으로 신경 쓰이는 일이 학생들의 중도탈락 현상이다.

2008년 전국 대학의 중도탈락률 평균은 7.1%, 대구·경북 평균은 8.11%였다. 중도탈락 문제는 대학으로서도 큰 손실이지만 학생에게도 시간적, 경제적으로 낭비이며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인재육성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손실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협의회 차원에서도 신입생중도탈락 예방을 위한 조기경고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매년 입시에서 높은 지원율과 등록률을 보이는 대학들조차도 중도탈락 문제만큼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심한 경우 학생 5명 중 1명 정도가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는 곳도 있다. 학생중도탈락현상은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에 가장 많은데 그 중에서도 신입생들이 가장 많이 학업을 그만두는 시기는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빈도가 높은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1학년 1학기가 신입생들의 학업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학생모집과 등록이 완전히 마친 이맘때라 할지라도 학생모집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대학의 또 다른 노력은 졸업생 취업과 진로지도에 쏟아진다. 취업률이 높아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정부 지원에도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제자들을 배출하는 학과 교수들의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다.

좋은 대학에만 진학하면 성공적인 인생이 펼쳐지던 시대는 끝이 나고 좋은 대학졸업과 성공적 인생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생겼다. 대학의 학제는 무의미해졌고, `대학 5년 필수, 6년 선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보편화 되었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전공분야 공부와 별도로 취업준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극히 일부겠지만 많게는 재적생의 절반 이상이 자격시험 준비나 어학연수 핑계로 휴학 중인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대학원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도 취업이 어려워 다시 전문대학을 찾는 이른바 `학력 U턴 현상’ 까지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학력 U턴 현상의 추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구보건대학의 사례를 보면 이번 2010학년도 입시에서도 1,000명 이상의 대학졸업자가 다시 이 대학에 신입생모집에 지원했다.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질과 별개로 지금 대학에선 학생모집과 안정적 자원보유, 졸업 후의 진로지도 등에 함께 총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경제를 우선적으로 살리겠다는 새 정부가 문을 연 지도 어언 2년, 학업을 마치는 젊은이들이 당당히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만들어져 열심히 공부해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들에게서 희망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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