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점, 각양각색 자연… 갤러리 스페이스174 ‘박옥이展’
형형색색 점, 각양각색 자연… 갤러리 스페이스174 ‘박옥이展’
  • 황인옥
  • 승인 2019.05.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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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이작무제-2
박옥이 작 무제.

청아한 새소리에 눈을 뜨고 창을 열면 연분홍 작약 위로 이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면 이번에는 산등성이를 감싸는 새벽 운무의 신비로운 기운이 창 안으로 밀려 들어 온다. 이처럼 고요하고 청아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행복감에 가슴이 벅차오를 즈음에 연분홍 작약과 운무에 쌓인 신비로운 산세가 박옥이의 붓끝에서 춤을 춘다. 작가 박옥이의 자연이 캔버스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매일매일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고 있는 기분이에요.”

서양화가 박옥이 대표작 20여점이 대구현대미술가협회 대안공간인 갤러리 스페이스174에 걸렸다. 전시는 뿌리기와 칠하는 두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10여년 동안 매진한 색면추상의 정수들을 감상하는 전시다.

분명 자연을 그렸는데 자연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당혹감이 밀려올 때쯤 작가가 “작품에서 중간은 없다”고 했다. 추상을 그린다는 의미였다. 그것도 농밀한 추상. 밤하늘의 별과, 화려한 봄꽃들과 신록 푸른 산, 심지어 청아한 공기까지도 화폭에 옮겼지만 캔버스에 남은 것은 형형색색의 무수히 많은 점들뿐이다. 형상의 부산스러움은 온데간데없고 지극한 고요만 남은 것. “추상이라 사실적인 형상을 발견하기는 어려워요.”

극사실주에서 탈피해 추상으로 변화한 것은 2009년부터다. 첫 발표는 2013년에 했다. 계기는 있었다. 삶의 터전을 경북 경산의 고즈넉한 시골마을로 옮기면서부터 일상으로 들어오는 자연을 자연스럽게 소재로 삼게 됐다. “구상은 답이 다 나와 있지만 추상은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넓다는 사실에 매료돼 자연을 추상으로 표현해 왔어요.”

초기에는 단색만 고집했다. 그러다 색면추상으로 변화했다. “심오한 경지가 아니면 단색만으로 매끄러운 표현을 얻기 힘들어 변화를 시작하다 만난 것이 색면추상”이었다. 색은 서너 종류가 사용되고, 중첩 횟수는 대중이 없다. 작가가 손을 놓는 순간이 작업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그 과정에서 무한대의 시간과 공간이 화폭에 쌓인다. 색면추상을 표현하는 기법은 두 가지. 아크릴 물감으로 번갈아 뿌리는 기법과, 아크릴 물감을 붓 터치로 그리는 기법이다.

“페인팅 오일 과 아크릴을 번갈아 가면서 캔버스 위를 쌓아 올리는 기법의 작품은 더 촘촘하지만 작업 과정이 너무 힘들고, 아크릴 물감으로 뿌리는 방식은 오일과 아크릴 작업 보다 수월하면서 번지는 붓의 질감을 느낄 수 있죠. 각각의 매력이 달라요.”

색은 종잡을 수가 없다. 색의 흐름에서 일관성은 찾기 힘들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힌트는 ‘자연’에 있다. “자연의 색이 너무나 다양하고 같은 자연이라고 계절에 따라 또 달라지죠. 자연이 가지는 다양한 색의 변주를 화폭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색과 추상으로 표현한 자연이니 당연히 시각적으로 형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가는 “자연도 멀리서보면 색과 형태만 보인다. 자연의 축소물인 내 작품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보면 자연의 형태가 어른거릴 것”이라며 멀리 떨어져 마음으로 감상해 줄 것을 당부했다.

“멀리서 자세히 보면 하늘의 별이나 숲, 회오리바람이 느껴지실 겁니다. 그러나 해석의 여지가 넓은 만큼 그마저 감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전시는 30일까지. 010-3309-556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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