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정치권 언제나 걷히려나
미세먼지 정치권 언제나 걷히려나
  • 승인 2019.05.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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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요즈음 일반국민들은 아침에 눈뜨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오늘은 미세먼지의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우리 일상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가 좋은 날보다 나쁜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제 머지않아 외출할 때면 우주인처럼 머리에 핼멧을 쓰고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이러한 미세먼지 농도만큼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일이 또 있으니 바로 정치권의 현실이다. 극히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고, 한반도의 평화 구축이라는 대명제 아래 굴욕적이라 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 4일 오히려 미사일인지 전술 유도무기인지를 동해로 향해 발사하여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등 어느 하나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없다. 특히 이번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미사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정밀 분석 중에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군의 발표는 국민들로 하여금 군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4일 발사한 발사체가 미사일인지 아닌지를 며칠이 지나도록 아직 구분하지도 못한단 말인가? 북한이 몽니를 부려도 비핵화의 틀 속에 계속 붙들어 두어야하는 필요성 때문이라면 실제야 어떠하든지 단호히‘미사일이 아니다’라고 발표하여 국민들에게 우리 군의 신속한 판별력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그 정도의 속사정은 다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치권의 사정은 우리의 가슴을 미세먼지 보다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주 여야 4당은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 선거제도 개편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소위 패스트트랙이라고 불리는 열차에 태웠다. 극심한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됐지만, 곧바로 거센 후폭풍이 불어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 패스트트랙 철회를 촉구하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선언하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임을 경고한다고 하면서, 지역순회 규탄 대회에 돌입했고, 집단 삭발식까지 가졌다. 패스트트랙의 키를 쥐고 있던 바른미래당은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사개특위위원이던 의원 두 명을 사보임 시킴으로 인해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등 당이 내홍에 빠져들었다. 또한 정부 내에서도 이번 패스트트랙 안건중 검경 수사권조정안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하고 나섬으로서 청와대와 여당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으로 촉발된 여야간 고소·고발전 역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7일 기준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갈등으로 총 14건 164명에 대한 고소·고발 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97명이 국회의원이다.

양측의 극한 대치 속에 4월 임시국회는 결국 빈손으로 막을 내렸고, 5월 임시국회는 언제 열릴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이에 패스트트랙에 찬성한 여야 4당은 장외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에 대해‘가출 정치’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추가경정예산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법안과 최저임금 근로체계 개편법안 등 민생법안의 처리를 촉구하고 있으나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내년 총선까지 이러한 여야 간의 극한대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번 패스트트랙 대치가 여야 지지층 결집을 불러오고 있어, 여야는 이 같은 상황을 총선 때까지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국회는 마비되고, 국론통합은 설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패스트트랙 지정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동반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월 29~30일과 5월 2~3일 YTN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2.1%포인트 오른 40.1%를 기록했고, 한국당 지지율은 1.5%포인트 오른 33.0%로 3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자유한국당도 시급한 국내외 현안을 두고 언제까지 장외투쟁만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명분만 주어지면 국회로 되돌아 와 원내협상과 장외투쟁을 병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마 그 시기는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가 8일 선출되면 인사차 자유한국당을 방문하면서 국회 정상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부디 여야 간에 원만한 타협으로 정치권의 미세먼지를 걷어내고 국민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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