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잠든 새벽녘
파이프에 묻어나는 긴 담배연기
주름살 너머로
초췌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목젖까지
울컥 서러움이 차올라도
언제 한번이라도
소리 내어 울어보지도 못한 아버지
등에 진 무거운 짐
한번쯤은
내려놓고 쉬어가고도 싶었을 텐데
앞만 보고 쉼 없이 걸어야 했던 길
이제는
돌아 올 수 없는 먼 길 떠나시고
가뿐한 몸과 마음이 되어
편안하다 하실는지
세상을 휘어잡을 듯한 기세
호통 치던 그 위엄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불러 봐도 소용없는 아버지
서산의 노을빛마저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서하영= 1966년 대전生. 시인 황금찬, 이성교의 추천으로 창조문예 등단. 낙동강문학 제1회 신인대상수상. 기독교뉴스 신인대상수상. 현재 대전에서 예인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며 詩作활동 중.
시집으로는 ‘내 마음의 뜨락’과 ‘내 안의 섬’이 있다.
<해설> 봇짐을 지고 긴 한숨을 몰아쉬며 홀연히 새벽 문을 두드렸나,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부모님은 초원의 길보다 사막의 길을 걸으셨다. 그래서 우리들의 가슴에 맺혀 있는 그리움이 한없이 큰가보다. 부르튼 손마디며 깊이폐인 주름살이며 희어버린 머리카락 노쇠해져버린 육신, 눈에 보이는 것 마다 가슴 아픈 그리움이다.
-안종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