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이즈 백' 난 널 절대 포기하지 않아 엄마니까
'벤 이즈 백' 난 널 절대 포기하지 않아 엄마니까
  • 배수경
  • 승인 2019.05.0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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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중독 아들과 보낸 ‘24시간’
아들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강렬하고 필사적인 모성애 그려
화장기 없는 줄리아 로버츠 열연
위대한 존재 ‘엄마’ 모습 오롯이
벤이즈백
 

지금껏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라고 자부하며 마약은 딴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왔다. 그렇지만 최근 ‘버닝썬 클럽’ 사건 등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생각보다 깊게 마약이 퍼져 있다는 것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9일 개봉한 ‘벤 이즈 백’(Ben is Back)은 약물중독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다.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요즘의 우리나라 상황과도 어느정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 준비를 위해 교회에 모인 아이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홀리(줄리아 로버츠)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행복에 젖어있던 그녀에게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한다. 바로 약물중독 치료를 위해 재활원에 있던 아들 벤(루카스 헤지스)의 등장이다. 반가움에 못이겨 아들을 껴안는 그녀와는 달리 다른 가족들은 그의 방문이 반갑지 않다. 그녀 역시 조급한 손길로 온 집안의 약과 보석을 치우기 시작하는 걸로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다. 우여곡절 끝에 홀리와 벤에게 주어진 24시간. 과연 그들은 아무 일 없이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어느 순간 영화는 범죄스릴러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벤은 모든 것을 바로잡고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애를 쓰지만 과거의 그가 행한 행동들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이런 벤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 속에는 사랑, 의심, 걱정, 분노, 절망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재혼한 남편에게도 속내를 다 보이지 못하고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엄마는 혼자서 고군분투한다.

놀랍게도 벤의 약물중독의 첫 시작은 의사가 중독성이 없다고 처방한 진통제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중독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도 시작될 수 있음을 알수 있다. 시작은 사소하지만 그 결과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까지 끔찍한 상황 속으로 몰아넣는다.

몰랐던 아들의 진실에 점점 다가가는 순간, 의외의 인물까지도 아들을 중독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일조를 했다는 걸 알게 된 홀리는 절망한다.

“진짜 날 알았다면 날 버렸을거야”라는 아들을 향해 “절대 널 떠나지 않아”라며 안심을 시키는 홀리를 보고 있노라면 진부하긴 하지만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엄마를 만들었다’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들을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홀리가 벤을 묘지로 끌고 가 담판을 짓거나 경찰서로 달려가 “우리 아들을 찾아서 체포해주세요”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손꼽을만하다.

103분의 상영시간 대부분을 홀리와 벤 두 사람이 끌고 간다. 그만큼 그들의 연기호흡이 중요하다. ‘원스’에 이어 또다른 결의 모성연기에 도전한 줄리아 로버츠는 내면의 갈등과 복잡한 심경을 폭발시키지 않고 꾹꾹 눌러 참으며 모든 엄마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귀여운 여인’의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이라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타난 중년의 그녀를 보며 아쉬워할 수는 있겠다. 벤 역의 루카스 헤지스는 이 영화를 연출한 피터 헤지스의 아들이기도 하다. 줄리아 로버츠의 강력한 추천으로 아버지의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출연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위대한 직업이 엄마라고 했던가. 모든 것이 다 수포로 돌아간 듯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아들을 포기 하지 않는 홀리의 모습은 눈물겹다. “잘못을 되돌릴 순 없지만 달라질 순 있다”라는 벤의 대사를 빌어 앞으로 이어질 그들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래본다. 영화 ‘벤 이즈 백’은 중독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며 세상의 모든 엄마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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