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솔로' 죽음을 찍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프리 솔로' 죽음을 찍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 백정우
  • 승인 2019.05.0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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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우의 줌 인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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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 부문은 지미 친과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가 공동 연출한 ‘프리 솔로’에 돌아갔다. 프리솔로란 로프와 안전장치 없이 암벽을 등반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 요컨대 맨 몸 등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믿을 건 오직 내 팔과 다리와 균형감각 뿐.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영화는 현존하는 최고의 프리솔로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Alex Honnold)의 요세미티 ‘엘 캐피탄’ 도전을 기록한다. 악명 높아 누구도 성공한 적 없고 시도조차 주저하는 수직고도 980미터의 무시무시한 바위다.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카메라맨의 시점이다. 등반 다큐멘터리에는 전문카메라맨(드론이 없던 시절에 만든 등반영화를 떠올려 보라. 그들 또한 뛰어난 등반가이다.)이 함께한다. 죽음을 목도할 수도 혹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지점에 나를 놓는다는 것. 절대 고독은 클라이머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그것을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맨 역시 고통의 심장소리를 들어야한다. 허약한 심장으로는, 피사체에 대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 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앗아가는 프리솔로 특성상 클라이머는 물론 스태프 모두가 죽음과 가까이 있다. 그래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논의할 때의 숙연함은 이들을 지배하는 공포의 무게와 맞먹는다. 프리솔로 등반 도중 추락하는 클라이머 영상을 삽입한 것은(물론 그는 죽지 않았다.)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아니다. 이 장면이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당신이라면 흔들림 없이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겠는가.

프리솔로 개척자인 전설적 클라이머 볼프강 귈리히는 “죽음에 관한 사색을 통해서 삶의 진가를 인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모험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 죽음을 기록하는 일은 매혹적이다. 그것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끌어들여 기어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지도 모른다.

‘프리 솔로’는 초인적인 힘과 정신력을 가진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첫 번째 도전에서 초반부를 오르던 알렉스는 갑자기 하기 싫어졌다며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온다. 무서워졌다는 게 이유이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카메라. 몇 번의 추락과 골절에도 아랑곳 않고 훈련에 매진하던 그마저도 심리적 부담과 공포 앞에선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영화는 외면하지 않는다. 환희의 찰나에 대한 유혹을 이겨낸 카메라는 현전하는 위대한 클라이머에게서 나약한 모습을 포착한다. 한 인간이 거대한 자연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얻은 삶의 통찰과 자기애에 관한 정직한 고백이란 이런 것이다.

‘프리 솔로’는 성취의 기록으로 남기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돌파하는 해법으로 불려야 옳다. 추상적 개념어로 머무르던 윤리적 결단이, 생생한 생활의 사례로 편입되는 지점. 주인공 알렉스 호놀드에 버금가는 정신력으로, 팽팽한 긴장감과 스펙터클을 전달한 감독이자 카메라맨 지미 친을 기억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정우 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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