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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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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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북한이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과 9일 오후에 연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호도반도 인근으로 발사했다. VOA(Voice of America)에 따르면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최대 사정거리는 500km정도라고 하니, 남한 대부분은 사정권에 든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핵탄두 장착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VOA는 보도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에 따르면, 이번에 쏜 탄도 미사일의 탄두 장착 크기가 이스칸데르와 비슷하고, 지난 2016년 3월 북한이 공개한 KN-08 지대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핵탄두 모형 지름이 60㎝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충분히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한미 연합훈련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고, 북미회담을 겨냥해서 남한의 역할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방법론적으로는 북한이 무력을 동원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남한을 겨냥하고 발사한 것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트럼프대통령의 반응은 의외로 관대한 편이었다. 미국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뢰위반이 아니라고 했으니 말이다. 무슨 의도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화가 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대통령은 내년부터 우리나라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한바 있다. 남북의 긴장과 냉기류가 오히려 주변국의 경제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든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비상식적이다. 하지만, 남과 북의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개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첨단무기를 구입한 우리 정부의 처사도 비상식적이긴 매일반이다. 무기를 증강하면서 평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23일 발간한 ‘2018 세계 방산시장 연감’의 발표대로라면, 최근 10년간 미국이 수출한 무기를 구입한 나라 중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에 이어 세 번째 규모라고 한다. 올해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도입했고, 20대를 추가로 구매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엔 해상초계기 포세이돈(P-8A) 구매도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할 것이며, 이미 승인이 난 것도 있다고 밝힌 바 있어 구입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미회담이 결렬된 것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무기한 미뤄진 것은 ‘핵무기’라는 위협적인 요소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중론이 그렇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 양국 간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도 한몫을 한다. 핵사찰을 거부해오던 북한이 이를 수용하고, 일부 시설을 파기할 당시만 해도 평화기류였다. 하지만, 하노이회담 직후에 또 다른 핵시설이 노출되어 불안감을 더해준 것은 대북제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북한뿐만 아니라 핵무기의 확산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줄탁동시(부를 줄/啄同時)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닭이 알을 깔 때에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부를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흔히 사제지간에 많이 쓰는 말이다. 스승이 길을 일러주고, 제자가 스스로 깨우친다는 의미로 쓰인다. 간혹,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상황에서 쓰이기도 한다.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이 함께 공조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유지하기 힘들다. 여야도 마찬가지다. 국회 내에서도 평화롭지 못한 터에 한반도 평화가 웬 말인가.

더불어민주당은 홍영표 의원의 뒤를 이어 이인영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지원하며, 내년 총선을 이끌어갈 중책을 맡았다. 지난 9일 회동에서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말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될 각오”고 덕담을 건네자 “밥도 잘 먹고 말씀도 잘 듣는 동생”이 될 수 있다고 이대표는 응수했다. 패스트트랙 사건 이후 파행으로 치닫는 국회의 여야 대치국면을 감안해보면 생뚱맞은 인사였다. 제 1야당의 총수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회를 모두 비운 상황에서 양당 원내대표의 대화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다. 어쩌면 여야의 이율배반적인 관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일 수도 있겠다. 다음날엔 문희상 국회의장까지 “밥 잘 사주는 할아버지”가 되겠다고, 식구(食口)의 계보를 이어갔다.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모두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어떤 식으로든 제자리로 돌아와 협상테이블에 앉아야한다. 현안을 논의하고 국민을 위한 결론에까지 닿을 수 있게 한 다음, 밥상 앞에 앉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정도의 양심과 책무는 가진 이들을 일컬어 ‘국회의원’이라고 부르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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