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국회의원만이 국회의원 수를 줄일 수 있다
<대구논단> 국회의원만이 국회의원 수를 줄일 수 있다
  • 승인 2009.02.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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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2주전에 필자는 본란에서 한국의 국회의원 수를 200명 선으로 줄이자는 글을 썼지만 이 문제가 사회 공론화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 다시 쓰게 되었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1월 29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국회의원을 30% 줄여 210명 내외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참 많은 편이다. 국회의원 수를 지금의 299명에서 210명 내외로 줄이고 구성방법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미국은 국회의원 한명이 67만 명, 일본은 26만여 명을 대표하는데 우리나라는 16만3천명을 대표하고 있어 국회의원 수가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 국회의원을 30% 줄인다면 중선거구가 정착돼 지역구의 과대와 과소로 인한 결함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일 이후 국회를 대비해서라도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 당리당략에 의한 선거구 획정의 위험성도 줄어든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라는 말도 있지만 야당 총재이자 현직 국회의원이 스스로 국회의원 수가 많음을 인식하고 감축 의견을 낸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로 받아진다.

국회의원 1명이 16만3천명을 대표하여 선거구를 만든 것을 보면 조작적 당리당략의 냄새가 풀풀 풍긴다. 천명 단위로 획정한 것을 보면 그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다. 한 때 인구에 회자했던 개그 하나. `국회의원과 신부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배가 전복되어 물에 빠졌다.

두 사람을 함께 구출하지 못할 상황에서 누구를 살려야 하는가. 갑론을박 끝에 국회의원을 구출키로 했다. 그 이유는 국회의원을 물속에 오래 두면 물이 오염되니 빨리 건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식 석상에서는 앞자리를 차지하고 무슨 청문회 때는 호기를 부르고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국회의원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면 모이고 흩어지는 정당의 꼭두각시가 된지 오래고 불법 시위 현장에서 데모꾼으로 때로는 폭력현장의 선두에 서고 있으니 누가 그들을 옳게 보겠는가.

정부가 잘못하는 일은 법률에 따라 국회 안에서 토론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옳음에도 뭣하면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든 불법시위자의 일원이 되고 있으니 지구상에서 이런 나라 이런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나.

지난 해 12월 국회 폭력사태의 상처가 채 아물기 전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4개 야당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반정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이 시위 전문단체들의 눈치를 보면서 길거리로 나섰으니 한국의 미래국회가 정말 걱정이다.

그들대로는 이유가 있겠지만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태를 보는 국민들은 그들이 하는 꼴이 보기 싫고 급기야는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더더욱 갖게 되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국회의원 30% 감축 주장에 동의하면서 여·야 국회의원 지도부, 그리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부 드린다.

국민들은 국회 구성과 운영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국회의원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실추된 국회의원의 위상을 찾으려면 먼저 국민들의 신임을 받는 선량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출하고 힘 있는 국회를 만드는데 솔선해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소속 정당에서 원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 감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에 앞장 서 주시기 바란다. 국회의원 감축문제가 공론화 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마당에 국민들은 법 개정에 앞장 서는 국회의원들에게 관심이 쏠릴 것이고 그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9월 총선에서 의원 수 30-40% 축소를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여·야가 234개 시·군·구를 70여개 광역단위로 재편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있는데 이에 발맞추어 국회의원 감축 개혁안이 국회 차원에서 나온다면 우리나라 정치·행정 발전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믿는다. 국회의원 수 감축은 국회와 국회의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국회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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