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소득주도성장정책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소득주도성장정책
  • 승인 2019.05.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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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박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 묻는다’에 출연했다.

문정부 출범 이후 야심차게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한 2년 중간 성적표와 오버랩 되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KBS 대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은 상당한 고성장 국가이고, 이례적으로 경기가 좋은 미국 다음으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에 대해서는 걱정은 되지만 “후반기에는 잠재성장률이 2% 중후반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고용 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 분들의 급여 등은 굉장히 개선됐다. 저소득 노동자 비중은 역대 최고로 낮아졌고, 1분위와 5분위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역대 최고로 줄어들었다”고 일정 부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강조했다. 지난해 고용의 증가가 둔화되면서 고용자 증가 수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올해는 지난 2월과 3월 두 달 동안은 다시 25만명 수준으로 높아졌고, 경제계획 상으로는 고용 증가를 15만명으로 잡았는데 지금은 20만명 정도로 상향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낙관적인 태도와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과 상당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현정 기자의 묘한 표정과 대조를 이루면서 대통령에 대한 인터뷰 태도 문제로 논란이 번졌다.

지난 4월 25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1분기(1월~3월) 실질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8년 4분기(9월~12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 4분기와 비교했을 때 수출은 2.6%, 설비 투자는 10.8%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출의 경우 LCD 등 전기·전자기기의 감소 폭이 컸고, 설비 투자의 경우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같은 기계류와 운송 장비의 감소가 주 원인이었다.

해외기관에서 발표하는 성장률 또한 낙관적이지 않다. 일본 노무라금융투자도 한국 경제성장률의 전망치를 2.4%에서 1.8%로 내렸다. 특히,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사는 지난 12월 예상한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3%였으나 올 3월에는 2.1%로 0.2%포인트 낮추며 한국 경제에 경고장을 꺼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성장률이 추락했던 2009년(0.7%)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넘쳐흘러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으로 유입되지 않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다고 평가하고, 반대로 가처분소득을 높여주면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가 증대하면서 우리 경제는 선순환 한다고 했다. 따라서 2019년 최저임금을 전년대비 10.9% 인상해 8,350원으로 결정했고, 그동안 사문화되었던 주휴수당을 법제화함으로써 최저임금은 거의 1만원 수준이 되었다. 또한 52시간 근로시간제를 채택했으며, 법인세율도 올렸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경제의 불안심리가 증대되면서 사람들은 소비를 꺼리고, 비용 부담을 느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사람 뽑는 것을 주저하면서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국내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인즈는 ‘야성적 충동’을 언급했다. 경제가 인간의 합리적,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만 돌아간다고 보지 않고, 야성적 충동에 의해 경제가 움직이므로 국가가 시장의 잠재된 창의성을 인정하되, 인간의 야성적 충동으로 인한 과잉 현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수출 및 투자 감소를 회복시키는 것은 민간의 역할이 크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삶의 방식, 새로운 기술혁신은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질 때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정부는 역대 선거에서 3번째로 낮은 41.08%로 당선되었다. 임기 중에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생각, 야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적폐세력으로 몰아가기 위해 촛불 정신을 강조하다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간삼간을 태워버린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정부는 지금이라도 촛불을 강조하기 보다는 이번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기자가 전해준 또 다른 세상 이야기를 받아드릴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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