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학교를 뒤흔든 고려대
학생-학부모-학교를 뒤흔든 고려대
  • 승인 2009.02.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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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2-2 일반전형에서 내신 1∼2등급을 받은 일반고 학생을 상당수 탈락한 반면 외고 학생은 내신 7∼8등급까지 합격된 것으로 밝혀져 교육현장이 물 끓듯 하고 있다. 사실상 고교 등급제를 채택한 때문이다. 대학자율의 미명아래 대입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작태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려대는 수시 2-2 일반전형 전형 발표 직후 여론이 좋지 않자 “내신보다는 수상 실적 등 비교과 영역 10%가 당락을 갈랐다”며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고교 진학교사협의회 교사들에게는 “일부 언론보도가 편향적이고 오보”라면서 언론에 덤터기를 씌우는 얄팍한 수법도 동원했다. 대학의 도덕성에 먹칠만 더 한 셈이 됐다.

고대의 수시전형은 특목고 우대를 우려해 온 사회일반의 시각이 근거 있음을 입증한 셈이고 특목고 열풍이 더욱 거세지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결과가 됐다. 대학입시를 관장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말 2013학년도부터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지침을 없애겠다는 공언을 하더니 고려대가 4년이나 앞당겨 놓은 것이다.

개인의 학력이 서열화 되는 것과 학교를 등급화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고교등급제는 개인이 아니라 학교에 대한 등급인 것이다. 선배들의 진학 성적에 따라 학교를 서열화함으로써 그 학교출신의 수험생들을 무조건 일정한 범위로 묶는 것이다.

선배들의 학력으로 후배들의 학력을 평가하는 식이니 신판 교육연좌제라는 말이 나오고도 남는다. 그럴 바에야 전형서류를 받을 것 없이 고등학교별로 몇 명씩 입학생을 배정하면 그만일 것이다.

대학입시를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는 당국의 정책이 나왔을 때 가장 우려한 것이 이 같은 사태였다. 자율은 방임이 아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자질과 경륜을 갖췄을 때 자율의 열쇄를 맡겨야 한다.

연세대도 2012년 입시부터 수시모집에 대학별고사(본고사)로 선발하겠다며 사실상 본고사 부활을 선언했다. 근래 `3불정책’폐지론이 공공연하게 주창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대학자율화가 대학의 무정부주의로 오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거 정권에서 교육정책을 놓고 저지른 죄과의 교육정책 흔들기다. 전문가집단에 의한 도상(圖上)실험단계도 거치지 않은 제도를 어느 날 갑자기 내놓아 전국을 뒤흔든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장관이 바뀌면서 교육정책이 그대로 유지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학자율화라는 미명아래 대학이 교육계를 뒤흔들려고 하는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가 사태수습을 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율’을 거둬들일 수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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