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면 삼율리 어물전 귀퉁이에
눈동자가 샘물처럼 말간 아이들이 수레 앞에 모였지요
낮은 자세로 앉은 집에서
창문들이 논메기처럼 눈을 뜨고
골목을 나오고 있는 초저녁이었고요
한 아이가 아버지
또 다른 아이가 아버지하고 불렀지요
이 놈아!
이 엿 니 먹고
이 엿은 니가 먹어라
횟집 수조통을 넘어 나가는 해수에
졸랑졸랑한 어린 별들이 떴고요
바람에 조록싸리 잎들이 쏟아지듯 달빛도 흩어졌고요
얼굴은
꽃등을 켜서 밝고요
구렛나루가 턱 아래로 은하수 흘러내리듯 하지요
이 엿 니 먹고
털보 은씨는
장터에 노는 아이들 아버지 였지요
수레는 아버지 소리가 가랑가랑 하고요
등 굽은 날들이 긴 해꼬리를 끌며 저물고 있지요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옛날엔 엿이 얼마나 귀했던 시절인가? 집에 있는 고물이나 고철 같은 걸 부모님 몰래 갖다주고 사 먹는 엿 한 조각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하물며 부모가 엿을 팔면, 행여 하루해가 저물어 다 팔지 않고 남아 있는 엿은 없을까? 눈독 들이는 자식들의 눈망울에, 하나씩 던져주는 부모의 마음을 대신하는 엿.
등 굽은 몸으로 긴 수레를 끌며 ‘엿 사세요’를 외치는 소리가 저 멀리 해 꼬리처럼 넘어가고 있다.
-김인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