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아이처럼, 한 가족처럼, 가정위탁
[기고] 내 아이처럼, 한 가족처럼, 가정위탁
  • 김혜정
  • 승인 2019.05.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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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관장
김혜정(대구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작년 겨울 대구의 단칸방에서 세 살 지원(가명)이를 홀로 돌보고 있는 친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원이의 친부는 과거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조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했고, 가정을 꾸린 후 지원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이혼 후 지원이의 친모는 양육권과 친권을 모두 포기한 채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친부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지원이 밖에 없었다.

공장에 다니며 어린 아이를 키우자니 앞이 막막해 아이를 시설에 맡기거나 입양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지원이의 친부는 자신의 아이가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정위탁지원센터에 아이를 의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정위탁이란 친부모의 사망·질병·이혼·수감·가출·학대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친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18세 미만 아동들을 일반 가정에서 일정 기간 동안 위탁해 안전하게 양육하도록 하는 국가의 대표적인 아동보호제도이다. 앞서 말한 지원이는 가정위탁이 결정돼 대구의 한 건강한 가정에 2년간 위탁돼 보호받게 되었다. 친부는 아동이 위탁돼 있는 기간 동안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야간에는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원이와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다시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만 230여 명, 전국에 1만여 명의 아동들이 지원이와 같이 가정위탁 보호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가정위탁보호제도는 다른 아동보호제도와 다르다. 입양과 달리 친가정이 아이의 친권을 유지하며 가족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친가정의 해체를 방지할 수 있다. 또 시설보호의 경우 집단생활로 인해 성장기 아동의 적절한 애착 형성 등의 문제로 심리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가정위탁은 원가정과 유사한 환경을 아동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즉 가정위탁보호제도는 가정의 위기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건강한 양육환경 제공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안정을 되찾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친가정의 사회적 자립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아동복지제도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한 중요한 국가 정책으로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시작된 지 올해 16년이 됐지만 아직도 사회적 인식이나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4천100여 명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발생했고 이들 중 대다수의 아이들이 가정보호가 아닌 시설에서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의 선가정 보호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신의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이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가정위탁 보호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바로 위탁가정의 부모님이라 할 수 있다. 이분들은 자신의 자녀 이상으로 위탁아동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품어주시고 해체 위기에 있는 아이들의 친가정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아름답고 숭고한 봉사를 해주시고 계신 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친부모와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대, 방임 등으로 인해 긴급히 보호해야 할 아이들은 늘어나지만 보호해주실 위탁부모님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이들이 친부모와 떨어져 있는 기간동안 따뜻한 마음으로 내 아이처럼, 한 가족처럼 보호해주실 위탁부모님들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5월 22일은 ‘가정위탁의날’로, 친가정과 위탁가정 두(2)가정이 내 아이와 위탁 아이 두(2)아이를 행복한 가정에서 잘 키우자는 취지에서 가정위탁을 활성화하고,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날이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가정위탁의날을 맞아 이러한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에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분들이 적극 참여해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꿈을 펼쳐 나갈 수 있기를,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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