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香 정을숙
옥아 국화가 미쳤다
땡볕에 앉아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나도 웃어줄까
아니야 튕길 거야
난 웃음이 헤픈 여자가 아니거든
어둠이 내린지 한참이다
아까 웃어주던 미친 국화가 생각난다
웃어줄 걸 그랬지
머릿속은 교통정리가 안된다
이놈을 안고 가기에는 내가 너무
호루라기로 가을을 쫓아버릴까
옥아 아직은 여름이겠지
봄 여름 가을 겨울
여름이고 싶은데 가을이다
지나온 계절한테 미안해지네
한번 미쳐보자 국화처럼
국화잎이 바람에 날리어
겨울을 준비하듯
가을 겨울에 미쳐보자
봄은 지나갔지만 또 온다고 했지
가을에 미쳐보자
올 겨울은 따뜻할 꺼야 미친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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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마산産, 진해거주,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낙동강문학 편집위원역임,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재정기획 부회장, 시집: 내 마음이 고장 났다(시민문학사刊)
모든 꽃들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이제 한 해를 갈무리하며 겨울을 준비하는 때에 국화는 그제야 만개를 한다. 봄과 여름과 같은 절정의 계절도 아닌 햇볕조차 시들어가는 가을에 피는 국화는 미쳤다.
미친다는 것은 정신 놓은 것도 있지만 어느 한 곳에 몰입하여 자기만의 길을 갈 때, 이는 긍정적인 미친 짓이다. 국화와 같은 나이가 되면 사람도 이제 무언가에 미쳐가는 것이 바로 삶의 기쁨이다.
해설: 김연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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