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3천여구 묻힌 경산 코발트광산, 놀이터 전락
유해 3천여구 묻힌 경산 코발트광산, 놀이터 전락
  • 석지윤
  • 승인 2019.05.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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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현장
몰지각한 학생들, 주말 밤 찾아
소란 피우고 갱도에 무단침임
인근 요양병원서도 피해 호소
경산코발트광산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에는 보도연맹 사건으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유해 3천여 구가 매장돼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심야 시간대에 출입 금지된 광굴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훼손된 잠금장치. 유족회 제공

전쟁의 와중에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민간인들의 유해 3천여 구가 매장된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이 일부 몰지각한 청소년들에 의해 놀이거리로 전락해 유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 일부는 잠금장치를 파손하고 출입이 제한된 굴에 무단으로 드나들면서 유족들에게 아픔을 더해 주고 있다.

경북 경산시 평산동의 코발트광산은 현대사의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 6.25전쟁 전후 대구, 경북 경산, 청도, 영천 등 인근 지역의 보도연맹원과 형무소 수감자 등 3천500여 명의 민간인이 코발트광산에서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청소년들이 이곳을 단순한 놀이 장소로 이용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유족회에 따르면 인근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주말 밤마다 오토바이 등을 타고 이 폐광산을 찾아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잦고, 일부는 갱도에 무단으로 침입해 미끄러져 다치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나정태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유족회 대표는 “사람이 해도 되는 행동이 있고 해선 안 되는 행동이 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냐”며 “아직 깜깜한 어둠 속에 갖혀 있는 유해가 3천여 구에 이른다. 발굴 작업을 도와달라는 말은 않을테니 이곳을 유희 거리로 삼는 행동만은 제발 삼가달라”고 호소했다.

광산 바로 옆에 위치한 요양병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광산의 굴들 중 일부는 인근 파티마 요양병원의 사유지 내에 위치한다. 일부 학생들은 출입이 제한된 사유지에 무단으로 침입해 잠금장치를 파손한 후 폐광산을 드나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늦은 시각 젊은 학생들이 이따금씩 오토바이, 차량을 타고 소음을 내며 폐광산을 찾는다. 경비원이 있어도 수십 명 학생의 위협에는 당해낼 방법이 없다”며 “광산 아래에 억울한 죽음을 당하신 망자들도 계시지만 이곳에 계신 분들은 살아 계신 분들이다. 학생들의 행위는 현재를 살아가는 분들께도 과거의 분들께도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산시는 지난 2016년 코발트광산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위령탑과 위령비를 세웠다. 광산 입구에는 CCTV를 설치하는 등 광산 주변 관리에 노력을 기울인다.

경산시 관계자는 “희생자분들의 넋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위령비 등을 세웠지만 최근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켜 안타깝다”고 말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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