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게 죽지 않기
고독하게 죽지 않기
  • 승인 2019.05.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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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고독’이란 단어가 참 멋져 보이는 시기가 있었다. 가을이면 떨어지는 나뭇잎위를 바바리코트깃을 세우고 걸어가면 멋진 여자, 멋진 남자에게 참 어울리는 때가 있었다. 고독을 씹는다. 고독을 삼킨다. 고독하다 할 때도 참 멋지게 보이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고독이라는 말이 고독사와 맞닿아 있음이 현실이니 고독이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인가 생각이 든다. 고독은 “외로울고, 홀로 독” 이니 사전적으로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를 이른다.

요즘 고독사한다는 뉴스를 보면, 고독해서 죽는다는 것이, 고독하게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죽음이 애통하고 슬프다.

1주일 전부터 시어머니가 팔을 다쳐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해있다. 시골에 혼자 계시는 시아버님은 가까이 사는 시누이가 권해도 병원에 방문하지 않았다. 병원에 태워주고 다시 집에 태워드려야하는 번거로움을 자식에게 주지 않기 위해서인 듯 하였다. 그런데 1주일쯤 되자 평일 남편에게 시어머니 병문안을 가야겠다며 태우러 올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직장다니는 아들이 평일 낮에 시간을 내서 모시러 갔다가 왔다가, 다시 모셔드리고 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아실 어른인데 물어보았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자녀들이 매일같이 드나들어 병원에 있는 덕분에 자식얼굴을 더 자주본다고 좋아하였는데도 말이다.

시아버님은 시어머니 병문안을 못가서 미안함을 느껴서 일수도 있겠으나, 자신이 1주일 넘게 혼자 있으니 고독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50년을 넘게 같이 사셨는데, 1주일간의 공백이 컷으리라. 시아버님의 고독이 느껴지면서 매일같이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버지가 75세때, 엄마 나이 71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얼마나 외로울까하여 매일같이 전화를 하였다. 밥은 혼자 어떻게 해 드시고, 밭일, 논일은 혼자 어떻게 하며, 말벗도 없이 긴 하루하루를 보낼까 싶었다. 군데 군데 아버지의 모습이 어른 거릴 것 같았다. 일주일 넘게 매일같이 전화통화를 하던 어느날 엄마가 물었다. ”왜 자꾸 전화하노?” ”엄마가 혼자 심심해할까봐 전화하지...“ 딸의 대답에 엄마는 심심할 새가 없고, 바쁘고, 전화를 자주 하지 말라고 하엿다. 엄마는 홍희와는 다른 강철여인인가 보다. 한편으로 안심하며 전화가 뜸해졌다.

사느라 바쁘니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자주 전화하기도, 자주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잊은 채로 지내게 된다. 몇 년이 흘러 엄마는 달라져 있었다. 전화를 하면 붙들고 놓지 않으려 했다. 찾아가면 자고 가라고 했다. 홀로 있는 긴 시간이, 그 동안의 늙음이 엄마를 약하게 만들었나보다. 그리고 엄마는 치매초기 진단을 받았다. 치매노인들이 감정적인 말을 하면 정서적인 반응을 해주는 인형치료요법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과 만남은 얼마나 더 효과가 있겠는가? 고독하게 살다가 죽지 않도록 살아있을 때 사람들과 자주 만나야겠다. 특히 부모님들께 자주 찾아뵈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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