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미사일 연발과 대북 식량지원
[윤덕우 칼럼] 미사일 연발과 대북 식량지원
  • 승인 2019.05.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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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동해상으로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판단은 애매모호하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탄도미사일로 보도했다. 주한미군은 신형탄도미사일로 판단, KN-23이라는 식별명까지 부여했다. 이번 발사체는 기존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보다 비행고도가 낮아 사드(THAAD)로는 타격이 불가능하고, 탄두 중량이 500kg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동식 고체연료 미사일인 만큼 사전 탐지와 신속한 대응이 매우 어렵다.

신형 미사일은 우리 안보에 큰 부담을 주는 중대한 위협이다. 북한이 핵이라는 무서운 흉기를 우리 목에 들이댄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탄도미사일 대신 발사체, 단거리 미사일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결의 위반으로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과 함께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행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과 대화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굳이 한미당국이 공식적으로 ‘탄도미사일’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번 북한당국의 발사체 사거리는 남한 전역이다. 미사일 도발 8일만인 17일 청와대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및 국제아동기금(UNICEF) 등 국제기구의 대북 지원 사업에 800만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또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며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WFP)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같은 대북지원은 북한에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와 미·북 대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제1야당의 시각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전혀 다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앞에서 “우리 모두 (북한이 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처음(4일)에는 ‘발사체’라고 하더니, 어제(10일)에는 ‘미사일은 맞는데 탄도미사일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정부는 숨기는 데만 급급하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가 맞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어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 와서 북한에 식량을 주자고 하더라. 이 시점, 이 상황에서 평화를 구걸하고 북한의 꼬임에 넘어간다”며 “어쩌면 우리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북한을 위한 정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정부의 인도적 지원책 발표 다음날인 18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제3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미국이 ‘선(先) 핵포기’ 기조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올해 안에 미북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경우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과 비료 등을 수차례 지원해왔다. 대북지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식량지원은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쌀(국내외)265만5천톤과 중국산 옥수수 20만톤, 금액으로는 무려 1조1015억원(무상2,288억원, 차관 8,728억원)을 지원해왔다. 식량지원은 김영삼 정부때 시작, 노무현 정부때 가장 많이 이뤄졌다. 그 다음으로는 김대중 정부가 많았다 .비료지원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때만 있었다. 비료 역시 9차례에 걸쳐 251만5천톤(7,872억원)을 지원했다. 1999년에는 민간에서 비료 4만톤(123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처럼 인도적 지원을 하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2010년 천안함을 피격하고 연평도를 포격했다. 북한 잠수정의 기습어뢰공격으로 천안함 해군 46명이 전사했다.

“지금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할 때인지 잘 모르겠다. 김정은이 식량을 받으면 그만큼 아낀 돈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할 것 같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2년 전 한반도의 상황을 기억하길 바란다. 북한에 나이스하게 대한다고 해서 북한 정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의도가 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에도 ‘제재를 풀어주면 비핵화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 당국의 태도는 과거 행태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식량 직접 지원의 경우 국제기구 공여 방식과 달리 ‘분배의 투명성’ ‘군사 목적 전용(轉用) 가능성’ 등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미사일 연발 이후 대북지원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주는 듯한 모양새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개성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에서 일방 철수했다가 복귀하기도 했다. 북한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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