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갤러리, 정병국 개인전… 각기 다른 시공간의 조합
을갤러리, 정병국 개인전… 각기 다른 시공간의 조합
  • 황인옥
  • 승인 2019.05.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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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몫은 개성 만드는 것
낯선 결합 통해 다양성 모색
Noon-2018-Acrylic
정병국 Noon, 2018, Acrylic on canvas, 290.9x218.2cm.

수영복을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가로수를 배경으로 그려졌다. 남자는 인공갤러리를 운영했던 고(故) 황현욱 대표이며, 배경은 수성못의 가로수다. 작가의 기억 속 이미지들인데 규모가 거대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가로수와 남자의 뒷모습이 따로 노는 듯 부자유스럽다. 영남대 회화과 교수를 지낸 작가 정병국이 “두 개의 기억을 조합해 하나로 만든 풍경”이라고 했다. 서로 다른 공간과 서로 다른 시점을 하나로 재조합해 초현실로 느껴진 것. 그러나 작가는 “초현실주의”로 흐르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서로 다른 장소로부터 출발한 대상이 만나니 초현실주의처럼 보일 뿐 초현실주의는 아니에요. 고정화되고 익숙한 시선에 자유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정확한 의도에요.”

정병국 개인전 ‘블루 아워 : 개와 늑대 사이 의 시간 l‘heure bleue : l’heure entre chien et loup’전이 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공간을 해석하는 작가답게 층고가 높은 을갤러리 공간을 해석해 2m가 넘는 작품을 포함해 대작 위주로 걸었다. 공중에 떠있는 거인을 포함해 3명의 남자 뒷모습과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한명의 여인의 그림들이다. 여인은 공간이 주는 긴장감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로 설치했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을 한 화면에 조합하면 부자유가 끼어든다. 더구나 시점까지 달리하면 생경함은 배가 된다. 탐탁치 않아하는 초현실주의라는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작가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조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개성”을 언급했다. 화가야말로 새로운 공간을 연출해 새로운 개성을 창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였다. “상식화되고 습관화된 만남보다 느닷없는 어울림에서 새로움을 느끼죠. 획일화보다 다양함이 존중 받아야 재미있는 세상이 되는데, 그렇게 되려면 고정화된 것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죠.”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니체가 저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인간 해방의 문을 열어젖힌 것에 빚댔다. 그가 니체와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을 때 히말라야 풍경보다 가방을 들어주던 포터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던” 기억을 들춰 내며 ‘인간주의(人間主義)’를 설파했다. 작품의 저변에 ‘인간’이 있다는 것. “부정적으로 살고 있는 인간에게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메시지를 던졌어요.”

작가가 인간주의를 풀어내는 의미적 매개는 ‘상생’과 ‘공존’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공간과 시점의 기억을 재조합하며 ‘상생’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확장을 모색한다. “서로 다른 문화와 문화, 다양한 언어와 관습일지라도 가까이 두면 더 잘 어울릴 수 있어요. 다양함이 공존함으로써 인간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죠.”

주변의 인물을 그리되, 뒷모습을 선호한다. 뒷모습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는 생각의 발로다. 그가 표현하는 인물들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거대하고, 맹렬하고, 치열하다. 그래서 다분히 초현실적이다. 작가가 이번에도 인본주의(人本主義)를 언급했다. “문명과 사회가 인간을 왜소하게 만든 측면이 있어요. 저는 그것에 반기를 들고자 하는 마음에 인간을 거대하게 표현했어요. 인간을 긍정적으로 등장시키며 오늘날의 신은 나이고, 우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죠.” 6월8일까지. 053-474-488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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