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막말
정치인들의 막말
  • 승인 2019.05.2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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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무릇 사람들은 자신이 뿌리는 모든 씨앗은 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의 모습이며 자신의 가치 척도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불행한 운명은 그 입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말을 삼가지 않으면 이것이 성난 불길이 되어 자신의 몸을 태우고 만다는 것이다.“말의 상처는 칼의 상처보다 더 아프다” “칼에 맞은 상처는 치유될 수 있어도 입을 통해 얻은 상처는 평생을 두고 치유되지 않는다” 등의 금언(金言)과 같이 한 마디의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언어 사용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곧 자기 삶의 바른 영위를 도모하는 길이라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의 정치 상황을 보면 막말 논쟁으로 시급한 국정(國政)은 뒤로 하고 말싸움만 하고 있어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비록 정치인들의 막말 논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막말 논란을 보면서 아직까지 우리의 국격(國格)에 맞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너무나 저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가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란산 석유수입의 금지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국제 경제의 불안, 국내 경제의 침체 등등 어느 하나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없는 가운데에서, 국민의 대표자로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나간다는 우리의 정치인들은 릴레이처럼 막말 논쟁을 벌이면서 국회는 공전만 거듭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일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막말을 통해 언론의 조명만 받으면 차기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말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독재자 공방은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제39주년 5·18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라는 발언을 두고, 자유한국당에서는 ‘5·18 폄훼’ 발언 논란이 있는 일부 의원들의 징계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있는 자신들을 지칭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면서 시작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1일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동상 앞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끌어들이는 ‘좌파 프레임’으로 반격에 나섰는데,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가.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독재자의 대변인’이라는 말로 응수하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무도 한국당과 황 대표를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한 적이 없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아니고서야 무엇이 그리 억울해 못 견디는지 의문”이라고 하면서 황 대표 발언에 대해 “공당의 대표가 할 짓이냐”며 “최소한의 예의도, 기본적 역사인식도,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는 발언”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고, 청와대도 대변인을 통해 황 대표 발언에 대해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 말로 갈음하겠다”고 비판하였다.

이런 논란이 최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과 때맞추어 국회가 정상화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말은 생각을 형성하고, 생각은 행동을 결정하며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인격을 만들고 인격은 삶을 만들고 삶은 역사를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지도자의 경우 그의 말 한마디에 혼돈과 무질서, 갈등과 전쟁, 생명과 사랑,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게도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록 올바르고 진실한 말이라 할지라도 때와 장소를 지혜롭게 가려서 해야 한다. 지금 해야 할 말인지 아니면 다음에 해야 할 말인지, 여기서 해야 할 말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해야 할 말인지, 내가 꼭 해야 할 말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할 말인지 지혜롭게 구별하여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온 역사를 보더라도 말 때문에 망한 사람도 많았고 감동적인 명언을 남긴 사람도 많았다.

무릇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말에 있어서 품격을 가져야 한다. 서로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상대편에게 시정잡배와 같은 막말이 아니라 품격 있는 말로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입으로 나오려던 말을 삼키고 배탈 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처칠의 말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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