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작은 집
  • 승인 2019.05.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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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국 시인

바닷가 자그마한 집들 보신 적 있나요

아주 작고 볼품없는 집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신 적 있나요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갯벌 위에 발걸음하며 길을 내는

아주 작은 갯고둥의 집

조개, 소라, 고둥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소라 게 집

늘 갯바위 그 자리에 생을 이어가는

따개비 굴 홍합의 집

정갈한 갯벌, 정화의 신 갯지렁이 집

이들이 있어 바다는 외롭지 않다

비록 하찮고 보잘 것 없는

힘없는 것들이지만

그들의 집이 있어 변방의 바다가 쓸쓸하지 않고

그들의 집으로 인해 바다는 살아있다

그들 또한 훌륭한 삶이 있고

거대한 세계와 우주가 있고

해와 달, 별이 뜨고 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집은 너무 커지 않을까

우리가 가진 것 또한 너무 많지 않을까

바다에 작고 하찮은 많은 것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을 정겹게 부르며

아름다운 친구로 생각해 본적은 있나요

◇제왕국= 한국문협회원, 한국시민문학(낙동강문학) 자문위원, 경남문협회원, 통영문협이사, 수필추천작가회 회원, 통영화우회회원, 한국민화협회 통영지회회원 등, 대구신문 명시상 수상(2014년) 등 시집 :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아내의 꽃밭.

<해설> 이 세상에는 많은 작은 것들이 있다. 한데 오늘날은 그런 작은 것들을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많다. 그들에게도 훌륭한 삶이 있고 거대한 세계와 우주가 있는데 말이다. 변방은 늘 쓸쓸하다. 그래도 그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이 시의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은 저 바다의 작은 것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의 의견도 들어보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현재 우리 주변의 시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언로가 불통이고 독자에게 감흥은 고사하고 혐오감마저 들게 하는 글들이 판치고 있다. 비틀고 어긋버긋한 글들이 상을 독차지하는 세상이다. 암튼 어렵고 해석이 불가능해야 좋은 글이고 아름다운 詩다. 정말 그럴까 의문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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