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명암
여론조사의 명암
  • 승인 2019.05.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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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겉과 속이 다르다’. 사람의 생각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론조사는 어떤 사안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자 하는 사회조사의 한 방법이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보면 대략 감은 잡을 수 있지만 겉과 속이 다를 때도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선거운동 할 때 악수하는 상대가 다 자기 편인 것 같은데 실제 그렇지 않더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인식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진실된 생각을 캐치하는데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금방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에게 하는 출구조사는 연령이나 성별을 측정해 가면서 간단한 면담질문으로 할 수 있어 비교적 신빙성이 있지만 간혹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사회과학 학술논문에서 많이 응용되는 사회실증조사는 조사대상자에게 설문지를 돌려 수합 처리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컴퓨터를 통하여 설문을 보내고 여러 사회조사기법을 활용하여 필요한 자료를 다각적으로 얻는다. 요즘 유행되는 정치성 여론조사는 사회실증조사의 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시대이므로 여론조사기관에서 조사원을 통하여 무작위로 대상자를 선정, 짧은 질문으로 자료를 얻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사회여론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조사설계다. 조사대상자의 수, 지역, 연령, 성별, 설문방법 등등 객관성 유지에 유용한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 도출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 여론조사기관이 국민 1천∼2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국민들의 여론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 온당한 것일까. 여론이라고 하기보다 분위기가 그렇다고 하는 것이 옳은 답이 아닐까.

지방자치연구소를 경영하면서 지역신문과 공동으로 사회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여론조사는 분위기 측정이란 것에 확신을 가진다. 그러나 여론조사회사가 내 놓은 대통령 인기도, 정당지지도 등을 보는 국민들은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수용하는 행태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론조사를 활용하려는 정부나 정치권의 홍보에 자기도 모르게 순응되기 때문이다. 잘 설계된 사회조사는 소수 응답자의 조사로도 국민들의 생각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본다. 가마솥에 쇠고기국을 끓이면서 한 숟갈만 떠먹어도 국 맛을 알 수 있듯이 여론조사도 그런 것이다.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의 최대공약수를 찾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집단이 여론조사에 잔뜩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보도에 의하면 16일 한 여론조사회사에서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지지율이 13.1% 높다고 발표했다. 그 보다 일주일 전에는 양당의 지지도가 1.6%차이밖에 나지 않아 박빙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이 10∼15% 격차가 나야 정상인데 한군데 여론조사 기관만 이상한 결과를 내 놓았다고 말한 뒤에 그 간격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회사는 온당한 이유로 변화폭을 설명하지만 당사자인 한국당과 일부 지지자는 그것을 잘 믿으려 들지 않는다.

이 같은 여론조사결과에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어느 기관이든 여론조사결과가 좋게 나오면 기분이 좋을 것이지만 조사내용이 사실과 맞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여론조사 회사의 조사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전화로 응답할 때 조사원이 빠르게 대답을 유도하므로 머뭇거리다가 즉답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응답자는 젊은 층이 많아질 수도 있다. 또 정치이념이 확실한 사람들이 여론조사 참여에 적극적이다. 여론조사회사가 직업윤리에서 벗어나면 바른 조사가 될 수 없다.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라고 발표되는 것에 국민들이 믿으려들지 않는다면 그 여론조사는 무용지물이다.

정치권이 여론조사를 통하여 비교정치를 하고 국민들의 인기를 모으려 드는 것도 옳지 못하다. 20일 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한국당 보다 11.2% 앞섰다. 민주당 대표가 말한 정상적인 차이 10∼15% 범주 안이다. 민주당 대표의 예견대로 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한국당은 분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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