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취지 공감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사업 취지 공감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 홍하은
  • 승인 2019.05.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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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넘는 청년몰 폐업률
잘못된 입지·실적위주 지원
준비 부족 등 복합 작용 결과
멘토링 형식 1:1 컨설팅 필요
청년상인 자질 교육 동반해야
준비과정부터 체계적 훈련과
입점 후 장기적 지원책 마련을

허울뿐인 청년상인 육성사업 - <下> 탁상공론식 정책 개선을

청년상인 및 전문가들은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업 방향과 지원 방식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하은기자
청년상인 및 전문가들은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업 방향과 지원 방식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하은기자

 

정부와 대구시가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고 청년상인을 키우기 위해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대구지역 전통시장 내 창업한 청년들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거나 폐업 위기에 처해있다. 청년상인 및 전문가들은 ‘실패’한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두고 ‘탁상공론식’ 정책이라며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업 방향과 지원 방식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 “실적위주식 지원 아닌 실질적인 지원 필요”

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전통시장 내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통해 대구 북구 동대구시장, 서구 신평리시장, 달서구 두류종합시장, 서구 서부시장 등 4곳의 전통시장에 청년점포 입점을 지원했다. 4곳의 청년점포 입점을 위해 총 11억1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청년상인의 창업을 지원해 전통시장의 활성화까지 도모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 전략과는 달리 청년몰 가운데 폐업한 곳이 73%에 달했다. 대부분의 청년사장들이 적자 운영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이다.

전문가 및 청년상인들은 실패한 청년몰에 대해 전통시장 내 잘못된 입지조건, 실적위주의 지원방식, 준비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강신규 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장은 “청년상인 육성사업의 접근방식부터 잘못됐다. 장사에 대한 경험도 없고 장사의 메커니즘을 모르는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서 정책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잘못된 입지조건, 비체계적인 지원방식, 청년들의 경쟁력 부족 등을 실패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여러 사람에게 나눠 지원하는 실적위주식의 지원보다는 청년상인 한 명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점포 하나가 잘 되면 그 점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렇게 되면 시장과 청년몰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버려진 점포를 청년들에게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입지 환경이 좋은 곳에 청년점포를 입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준비 단계부터 안정화 단계까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멘토링 형식의 1대 1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가게가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최소한 2년은 걸리는데 현재 사업 지원기간은 길어봐야 1년이다. 청년몰을 성공시키려면 창업설계단계부터 안정화단계까지 ‘진짜’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컨설팅을 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장흥섭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도 지원사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충분하지 못한 교육과 훈련, 적은 지원금이 청년몰의 실패율을 높이고 있다”면서 “준비 과정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청년가게 입점 후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청년상인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인내력, 창업 아이템에 대한 경쟁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점포를 운영하는 청년사장이자 전국청년상인네트워크 대구경북대표 이대겸씨는 청년상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격과 자질을 함양할 수 있는 장기적인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청년상인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올바른 인격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마케팅 및 홍보방법 등 테크닉을 알려주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청년상인들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다”고 말했다.

◇청년상인 육성사업 취지는 좋아…사업방식은 개선 필요

전문가 및 청년상인들은 청년몰이 실패했지만 청년상인 육성사업의 취지는 좋으며 전통시장 내 청년몰 입점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흥섭 명예교수는 “시장 내 상인과 고객 모두 고령화되고 있어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데 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젊은 피 수혈이 꼭 필요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볼 때는 청년몰은 꼭 필요하다. 청년몰이 잘 되면 상인과 찾아오는 사람 모두 연령층이 낮아지고 전통시장의 수명도 연장된다”고 말했다.

강신규 회장도 “전통시장 내 청년상인 육성사업의 취지는 좋다”고 말했다. 청년상인 육성사업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청년상인 육성사업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업의 접근방식을 달리해야한다. 이전과 똑같이 사업을 진행한다면 실패자를 양산하는 정책만 될 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업 진행팀을 구성해 지원사업 하나하나를 뜯어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하은기자 haohong73@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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