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바라보면 마음의 문이 열린다 (觀山開心)
산을 바라보면 마음의 문이 열린다 (觀山開心)
  • 승인 2019.05.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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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교장
며칠 전 경기도 양평에 갔다. 고등학교 시절 용문사에 소풍을 가서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천년 넘은 은행나무를 보았었다. 벌써 55년도 더 된 그 때의 기억으로는 우람한 은행나무 아랫부분에 커다란 혹이 나있고, 가지들이 땅을 향해 뻗은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같다. 요즘 왠지 시나브로 그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와 용문산이 생각나곤 하였다.

장자는 ‘관산개심(觀山開心)’이라 하였다. ‘산을 바라보면 마음의 문이 열린다.’는 뜻이다. 공자도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했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으리라.

용문사를 향하여 오르는 길가에는 ‘도랑이 얼어 위험하니 조심하십시오.’라는 안내표지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 도랑에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는 물이 길바닥으로 흘러 얼어서 미끄러운가보다. 좋은 생각들이다.

천자문에 ‘천류불식(川流不息)’이라는 말이 있다. ‘냇물은 쉬지 않고 흐른다.’는 뜻이다. 사람은 항상 학문을 갈고 닦으며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냇가로 갔다. 그리고는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주야로 흘러서 쉬는 일이 없구나!’하였다. 너희들도 냇물처럼 주야 쉬지 말고 학문을 닦으라고 일렀다고 한다. 아마 천자문에 나오는 천류불식(川流不息)은 공자의 ‘불사주야(不舍晝夜)’에서 연유하는듯하다.

용문사에 도착하여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보는 순간 ‘아하! 그 때는 잎이 노랗게 물든 가을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신록이 푸른 초여름이니 생기가 돋는 계절이다. 말없이 웃음을 지으니 마음이 저절로 한가로워졌다.

‘두물머리’에 갔다. 두물머리는 양수리(兩水里)의 순 우리말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곳이 바로 양평의 두물머리이다. 태백의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이 단양, 충주를 거쳐 흐르는 물이 남한강이다. 그리고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철원을 거쳐 흐르는 물이 북한강이다.

두물머리엔 ‘세미원(洗美苑)’이 있었다. 배다리를 건너자 세미원 입구에 장자의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의 글귀가 있었다. ‘물을 보면 마음을 깨끗이 씻고, 꽃을 보면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라.’는 뜻이다. 이 말에서 ‘세미(洗美)’를 취하여 정원으로 꾸민듯하다. 말의 어원을 함께 생각해보니 더욱 정원의 분위기가 마음을 깨끗이 씻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았다.

‘엄마의 정원’에는 김명희 작가의 ‘엄마의 삶은’이라는 조각 작품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성인이 된 자식들은 팔과 다리에 매달려 있고 아직도 엄마 젖이 먹고 싶은 나…, 머리에는 아버지까지 이고 계셔요. 아직도 강하고 씩씩한 엄마, 이제는 책임감에서 벗어나 편안해 지셨으면…’하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숙연해지고 맑아지고 아름다워지는 듯하였다.

연못에는 수련들이 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중국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이 적혀 있었다. ‘시인 도연명은 국화를 좋아하였고, 당나라 사람들은 목단(모란)을 좋아하였지만, 나는 연꽃을 좋아한다. 연꽃은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럽혀지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조선에서는 정약용이 젊었을 때 연꽃을 사랑하는 시 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은 현재 최문환 양평군 부군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최문환 부군수는 어릴 적부터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洗心),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美心)’ 필자의 초등학교 제자이다. 공자도 ‘지자요수(知者樂水)’라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라는 뜻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강물을 바라보면서 맹자의 ‘관수유술(觀水有術)’을 생각해 보았다. ‘물의 크고 작음을 보는 데는 방법이 있다.’는 뜻이다. ‘반드시 그 물결을 보아야 한다. 해와 달이 밝은 빛을 지니고 있음은 작은 틈 사이에서도 반드시 비친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흐르는 물은 조그마한 웅덩이라도 채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사람이 어떤 일에 뜻을 두었을 때에도, 마디마디를 이룩하지 않고는 전체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고 하였다.

산을 바라보라! 마음의 문이 열린다. 틀림없이 열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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