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참 얄밉다
너무 예뻐 얄밉다
뻣뻣한 가지 끝에 생뚱맞게 아름다워
해마다 다시 피다니 그것이 또 얄밉다
해 저무는 황혼 무렵 강가에 서서 보니
유구한 물굽이도 한 번 가면 못 오는 길
그 물 위 동동 떠가는 저 꽃잎은 더 얄밉다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꽃나무를 자세히 보면 참 묘한 조합이다. 거친 피부, 죽은 듯 뻣뻣한 가지 끝에 저렇게도 아름다운 꽃이라니! 너무도 생뚱맞아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다시 피는 재주를 지녔다. 연년세세화상사(年年歲歲花相似) 세세년년인부동(歲歲年年人不同)’이라는 싯구가 있다. 해마다 피는 꽃은 같은데 사람은 한 번 가면 오지 못하는 법이다. 제 분수에 맞게 한 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인생은 생자필멸(生者必滅)이다. 천만년 유유한 강물도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한다. 그 불귀(不歸)의 강물 위에 동동 떠가는 꽃잎을 바라보는 서정을 ‘얄밉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부러워하고 있다. -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