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한국영화 100년 쾌거
봉준호 감독의 한국영화 100년 쾌거
  • 승인 2019.05.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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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올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서 처음 이룬 위대한 쾌거이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네치아 영화제 중 가장 권위 있는 칸을 석권한 것이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경사이다.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후 9년 만의 최대 경사이다.

현지 시각 25일 프랑스 칸에서 열렸던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이나리투 감독과 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봉준호!”를 호명했다. 봉 감독의 ‘기생충’이 심사위원 9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에 오른 것이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특별했고 다른 어떤 영화와도 달랐다”는 것이 심사위원장인 이나리투 감독의 심사평이었다. 봉 감독과 위대한 배우 송강호가 함께 칸의 시상식 무대에 올라 벅찬 소감을 발표했다.

봉 감독은 장르 영화의 틀 속에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들어왔다. 대부분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그는 기존의 장르 법칙을 뒤틀거나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에도 능하다. 사소한 장면이라도 치밀한 복선을 배치하는 섬세한 연출로 ‘봉준호+디테일’을 뜻하는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이다. 미국 영화매체인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찬사를 보냈다.

영화제 폐막 후의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은 “저는 이제 겨우 여덟 번째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일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수상을 통해 아시아에서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한국에도 고 김기영 감독처럼 외국 거장을 능가하는 마스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수준에 비해 홍보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올해는 한국 최초의 영화인 ‘의리적 구토’가 서울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후 100년이다. 그 동안 한국 영화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영화가 너무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 제작되고 배급돼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가 성향이 배제된 폭력적인 할리우드 식 영화만 만들어서는 미래가 없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봉 감독의 쾌거를 계기로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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