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아트부산 참가 작가 이기성…자석·쇳가루가 만든 우연성
내달 아트부산 참가 작가 이기성…자석·쇳가루가 만든 우연성
  • 황인옥
  • 승인 2019.05.27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석과 철가루의 상호작용에 집중
녹스는 철 통해 유한한 세상 전달”
이기성-WithinBeing-Draw
이기성 작 Within Being-Draw(71.7x124cm, Mixed media, 2019)

이기성의 작품은 반입체다. 쇳가루와 자석으로 평면 위에 기호 같은 패턴들을 반입체로 구축한다. 작업은 페널 뒷면에 자석을 붙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자석이 깔린 평면 위에 쇳가루를 붓고 붓질을 하면 자석의 힘에 따라 일정한 패턴이 드러난다. 형상이 자리를 잡으면 특수한 접착제로 고정시키고 뒷면의 자석을 제거한다. 이후에 색을 올리기도 한다. “조형의 기본요소인 점과 선, 면을 활용해 평면을 벗어나 반입체로까지 확장해요.”

쇳가루가 물감을 대신하지만 붓질로 형상을 만드는 방식은 회화와 동일하다. 그러나 형상은 작가 의지에 따른 붓 터치와 무관하게 결정된다. 붓을 휘젓는 행위에서 작가의 의지는 배제되고 자력이 만들어내는 우연성에 의해 형상이 드러난다. 무의식의 세계가 의식의 세계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듯이 자력의 힘에 의한 우연성이 만드는 형상은 작가의 의지를 넘어선다. 이 지점에 개념미술이 자리한다. 작가가 “외부에 의해 나 자신이 왜곡되는 현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설명을 더했다.

“내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어느 편에 속했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결정했어요. 왜곡이었죠.”
 

이기성 작. 갤러리 비선재 제공
이기성 작. 갤러리 비선재 제공

평면에 형상을 그리는 방식을 포지티브(positive)라고 한다면 이기성의 작업은 네거티브(negative)다. 바탕을 먼저 칠하고 칠한 부분을 지워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네거티브 기법은 쇳가루 이전 작업부터 일관되게 견지해 온 방식이다. 이 시기에 물과 기름의 반발력을 이용한 것으로 우연의 효과를 살려서 작품을 제작하는 미술 기법인 마블링 기법을 활용했다. 그러나 영구적인 보존에 의문을 가지면서 쇳가루로 재료를 바꾸었다. 쇳가루 작업 중 일부는 녹이 슨 상태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녹슨 쇳가루에 투영하기도 해요.”
 

이기성 작. 갤러리 비선재 제공
이기성 작. 갤러리 비선재 제공

쇠라는 물성은 강렬한 에너지를 동반한다. 자칫 작가의 기운이 재료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는 간단치 않은 재료다. 그러나 제대로 서술할 수만 있다면 센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다. “대원군이 그린 난초의 선들에 대원군의 기운이 실려 있듯이 쇳가루로 만들어낸 나의 선에도 자력에 의한 기운과 함께 나의 기운이 서려 있어요.” 이때 쇳가루에 가해지는 작가의 노동은 서술에 해당된다. 작가는 “현대미술에서 노동은 언어”라고 정의 내렸다. “아이디어와 말로만 끝내고 결과가 없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이에요. 반드시 노동이 더해져 결과를 만들어내야 작품이 되는 것이죠.”

선천적으로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고 했다. 재료를 다양화해 작업을 하거나 악기나 책 등의 3차원 입체를 병행하는 등 주기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데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인적 취향이 개입한다. 동일한 쇳가루 작업이라도 쉿가루로 평면을 가득 채울 수도 있고, 바탕이 일부 드러날 수도 있는 등 다채롭다. 평면으로 활용되는 재료 또한 캔버스나 동판, 철판 등 다양하다. 특히 자석과 쇳가루를 이용한 최근작들은 작가의 목마름을 다양하게 채워주고 있다고 했다. “자석과 쇳가루의 만남, 거기에 더해지는 나의 붓 터치 등 우연과 필연이 맞물린 상황들이 인간의 삶과 닮아있어 매력이 큰 것 같아요.”

유독 변화에 두려움이 없는 그다. 왜일까? 그가 “시대를 선도하는 예술가의 역할”에 주목했다. 작가야말로 범인(凡人)에 앞서 시대를 알고 시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시대마다 국난이나 시국이 힘들 때 예술가들이 분연하게 일어선 배경에도 예술가의 시대적 통찰 의무가 있었다. 이기성 역시도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끊임없이 열어두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작가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은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다 예술로 드러난다고 봐요. 그러니 변화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겠지요.” 올해부터 갤러리 비선재와 인연을 맺은 작가는 31일부터 6월2일까지 벡스코(BEXCO) 제1전시장 열리는 2019 아트부산에 갤러리 비선재 부스에 참여한다. 02-793-544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