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僞善)
위선(僞善)
  • 승인 2019.05.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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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어느 날부터 그 사람이 싫어졌다. 특별히 나에게 큰 잘 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내 마음은 그에게서 멀어져 있었다. 그를 대하고 마주하는 것도 불편했다. 왜일까? 생각이 깊어졌다.

어느 날부터 그곳에 가기가 싫어졌다. 싫어할 만한 큰 사건이 있었거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곳에만 가면 불편하고 내 마음은 도망가고 싶어 졌다. 분명 그와 그곳의 잘못만이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다. 내 속에서 무언가 더 큰 불편함이 자라나고 있음을 나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시작은 바깥이었을지 모르나 그것을 키우고 자라게 한 건 늘 내가 한 것이었다. 드디어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건 위선(僞善) 때문이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뭔가 꾸미고 그렇게 보이고, 그렇게 믿게끔 하는 것들이 나는 싫었던 것이다. 내 삶을 되짚어 돌아보니 오래전부터 내가 불편해했던 것은 위선이었다. 물론 위선을 좋아할 사람이 있겠냐만 나는 유난히 위선을 싫어했던 것 같다. 그것은 마치 알레르기 반응과 같았다. 그냥 싫은 것과 알레르기 반응의 차이처럼. 나는 위선이 너무 싫었다.

강의가 주업인 필자는 강사의 조건을 이렇게 생각한다. 강사는 강의 주제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강의는 그런 사람을 강사로 초대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소통 강의는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있는 사람이 강사가 되어야 하고, 부모교육은 부모 중에서 자녀와 관련하여 경험이 많은 사람이 강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소통이 필요한 사람이 소통강의를, 부모가 아닌 사람이 부모 교육을 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은 부모교육을 할 때가 참 편하다. 삶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참 편하다. 두 주제는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강의를 요청하는 기관에서 “이렇게 이야기해 달라”라고 콕 집어 지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내 마음은 불편해진다. 그것이 내 가치관과 맞지 않을 때 더욱 그러하다. 자기 마음에도 없는 거짓을 이야기한다면 그때는 나는 강사가 아니라 위선자로 전락한다.

요즘 아내가 강의에 재미를 붙였다. 나서는 성격이 아니라 대중 앞에서 강의하는 걸 무척 힘들어하던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요즘 자신 있게 강의하는 분야가 생겼는데 바로 부모교육이다. 요즘은 가는 학교마다 아내에게 칭찬일색이다. 아내 역시 강의 다녀온 후 행복한 얼굴로 돌아온다. 아마도 있는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강의 다녀온 중학교의 교육 담당 선생님께서 연락이 와서 “지금까지 수많은 강사를 모셨지만 학부모 강의평가에서 만점 맞은 사람은 강사님(아내)이 처음입니다”라고 했단다. 아내는 중학교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을 만나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아이를 키우며 실수했던 것과, 그것으로 인해 깨닫게 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부모들이 많은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곤 한다. 아내와 내가 이렇게 사춘기 청소년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것과 또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모두 사춘기를 유별나게 보내 준 우리 아들 덕분이다. 아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사람이 좋다. 선한 마음, 마음 한구석 어디에도 없으면서 선한 듯 웃는 그 미소가 나는 싫다. 이웃을 향한 사랑과 헌신의 마음 하나 없으면서 뻔뻔하게 사랑과 헌신을 말하는 종교인들 또한 너무 싫다. 자신은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폼 잡는 사람도 싫고, 조금 가졌다고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거만 떠는 모습도 싫다. 정의롭지 않으면서 정의를 밥 먹듯 외치고, 깨끗하지 않으면서 청렴을 이야기하고, 추잡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교양을 이야기할 때 내 몸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그래서 난 위선이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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