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질병코드, 교육은 괜찮을까
게임중독 질병코드, 교육은 괜찮을까
  • 승인 2019.05.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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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대사대부초 교사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기로 한 결정에 대하여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만장일치로 통과된 본 기준안이 2022년부터 적용되면 194개 WHO회원국에서는 게임이용장애가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속하게 된다. 곧 게임중독이 ‘병’이라는 이야기다. 쉽게 넘길 수도 있지만 그 영향은 광범위하다. 게임 산업과 같은 국가적 측면부터 병 휴가의 사용, 군 입대 문제, 장애 판정 등 개인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검토 사항들이 줄줄이 딸려온다. 복합적인 이유에서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립 역시 이례적으로 첨예하다. 중앙 부처 간의 대립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염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교육부는 아직 입장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부여에 교육은 괜찮은 성역인 것일까.

사실 게임에 대한 통제력이 질병의 수준으로 진단된다면, 가장 큰 치료 대상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성인에 비하여 게임에 대한 통제력이 너무나 취약하다. 친구들과의 놀이에 흥미를 잃거나,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활동 자체에 무기력하고 피로함을 느끼는 등 게임에 장기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은 생활이나 학습의 전반에서 이상을 보일 수 있다.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사실 몇몇 문제적인 학생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일반적인, 평범한 학생의 경우에도 쉽게 발생한다.

그러한 연유로 학교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진단, 치료하고자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초등학교만 해도 이미 연 2회는 기본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등에 대한 중독 여부를 검사하면서 게임 중독 여부를 확인한다. 검사 결과 잠재적 위험 사용자 군이나 고위험 사용자군은 담임교사나 상담교사, 전문기관 등과 연계하여 지도를 강화한다. 이는 벌써 10년도 넘게 이어진 대구시교육청의 주요 정책이다. 소위 ‘태어나서부터 유튜브를 보며 자란 아이들’인 지금 이 아이들에게서 언제까지나 무조건 떼어놓는 것도 답은 아니기에, SW교육, 코딩교육 등 다양한 정책으로 올바른 인터넷 사용과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하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자녀의 게임 시간을 제재하는 등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게임중독에 대하여서는 꽤 예민하게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아이들이 쉽게, 갑자기 게임중독 상황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WHO의 발표에 따라 게임이용장애가 ‘병’이라는 앞으로의 원칙이라면 이러한 ‘일반적인’ 아이들 모두가 환자가 된다.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은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반드시 길러야 한다. 이러한 통제의 능력은 교육을 통하여 길러질 수 있으며, 이러한 교육은 게임중독의 심각성이 고조되는 만큼 현대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배워서 갖추어야 할 심성이 아직 채 형성되는 시작점에서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를 가진 ‘환자’로 분류되어 버린다는 사실은 조심스럽다. 물론 게임중독은 반드시 조기에 진단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 전 그러한 병명을 얻은 어린 학생들에게 이 조치는 어떠한 의미로 여겨질까. 아마도 치료가 아닌, 낙인과도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지도 모른다.

종종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게임중독자의 범죄를 떠올려보자. 당연히 사회를 위협하는 게임중독자는 반드시 치료를 받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위해서는-물론 그 정도와, 상황들이 다르지만- 유예적인 보호 조치, 치료의 방법적 검토 등 다양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학교가, 교육청이, 교육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는 2022년에 발효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준안에 대해서는 분명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 1위의 게임대국의 경제적 손실로만 볼 문제도 아니고, 모든 병적인 문제를 게임으로만 돌릴 문제도 아니다. 어쩌면 게임중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역시 ‘교육’이 쥐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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