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지옥과 천국 체험하는
대형마트 입구 들어서면
선ㆍ악은 유리창 두께차이
손에 들린 아내의 지갑
채워지지 않는 장바구니
채소와 과일값 적힌 매대
넓은 매장 돌고 돌아
계산대 올려진, 아내의
반찬값, 사천 이백 오십 원
개념 없이 긁어 버린 카드
주점 계산대 올려진, 나의
술값, 사십 이만 오천 원
저녁 장 보러 나온 아내들
분주한 눈동자의 허기!
매장 안, 매달린 소리 없는 벽시계
건너편 은행 ATM 기계 앞
고개 숙여 나오는,
빈손의 어느 집 아내……
◇차승진(車勝鎭)= 한국문인협회 회원, 아세아 문예 신인상, 월간 모던포엠 단편소설 신인상, 낙동강문학 동인, 소설 ‘숨겨둔 이브’에게 출간
<해설> 옛말에 ‘못 벌면 쓰기라도 잘하라’고 했다. 아내의 살림살이와 남편의 살림살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벌어다 주는 사람과 그 돈을 받아서 살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남편은 벌면 된다는 식이고 아내는 쪼개지 않으면 식구들이 굶을까 싶어서다. 시인의 ‘마트에서’는 그를 잘 대변 하고 있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