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림 모두 한 줄기 예술”
“영화·그림 모두 한 줄기 예술”
  • 황인옥
  • 승인 2019.05.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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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황우철展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펄
평면회화 16점·영상 등 선봬
“영화·그림·글, 장르는 달라도
연결 선상의 동일한 소통 매개”
평범한 일상 속 행복한 순간들
세상을 보는 통찰력 ‘화풍에’
황우철개인전
황우철 작가가 아트스페이스펄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감독 황우철은 일본 와세다 대학 영화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단편 7편과 장편 1편, 총 8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들의 주제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물질만능 사회에 무방비로 던져진 젊은이의 상황과 고뇌다. 경제적 약자인 우리시대의 젊은이의 삶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소외를 따뜻한 시선으로 녹여낸다. 시대적 통찰을 담아낸 그의 영화들은 동경영화제, 불가리아 영화제, 이태리 영화제, 대만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장편 영화 ‘개다리 춤꾼’은 동경영화제 상을,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소재로 제작한 ‘빈센트’는 불가리아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영화 작품상을 받았다. 현재 ‘I’m beautiful’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석사 수료, 미국의 가장 큰 아트스쿨 중 하나인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를 수료하고 한국에서 페인팅과 입체작품으로 창작활동을 하다 돌연 일본행을 감행하고 영화이론과 실제를 공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영화는 미술과 달리 두 세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권선징악, 사랑, 철학 등의 다양한 주제를 스토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영화라는 매체에 페인팅과 입체미술이 표현하지 못하는 강렬한 메시지 전달력이 있다는 것. “그림처럼 정지된 한 화면에 모든 것을 담기보다 수많은 장면으로 자세하고 친절하게 메시지를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지난 22일에 황우철이 영화관이 아닌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펄에 떴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의 신분이 아닌 작가로 관객과 마주했다. 그에게 영화와 그림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자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영화가 사회적 문제의식을 서사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림에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대상이나 상황들에 대한 통찰을 한 컷의 정지된 화면으로 담아낸다는 것. 이번 전시에 내놓은 평면회화 16점은 모두 일상에서 만난 주변 사람들과 풍경들을 포착한 작품들이다. 여기에 영화감독의 정체성을 엿보는 영상과 사진 아카이브도 곁들였다.

그림과 영화는 분명 장르가 다르지만 어느 지점에서 동일하다고 했다. ‘소통’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화나 시나리오나 그림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고 봐요.” 여기에 영화 역시도 그림과 같은 수많은 정지된 컷들의 연결이라는 점에서도 그림과 동일한 맥락이 있다고 지적했다.

작품은 추상보다 구상에 가깝다.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이나 인물을 일기처럼 담아낸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도 회화적 시선이 담긴 일상의 기록들이다. 도시의 집과 학교를 오가며 감각한 풍경들이다. 대개 소소하지만 눈이 부신 장면들. 그가 “채집된 이미지”이라고 했다. 작가는 평범한 순간 속에서 만나는 마술같은 찰나를 비현실인듯 초현실인 듯한 화풍으로 옮겨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찰나적인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해요. 그런 것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고 기록하며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넓혀가고 있어요.”

그림, 영화, 글쓰기라는 장르는 서로 이질적인 장르다. 그러나 세상과 자신을 통찰하는 매개라는 점에서 작가에게는 동일하게 다가온다. 이때 중요한 것이 ‘깨어있기’라고 했다. “화가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가 그에게는 제3자의 소통에 앞서 요구되는 전제라는 것. 자신에 대한 통찰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예술가에 이르는 길로 인식하는 듯 했다. “늘 깨어있지 않으면 세상의 시류에 휩쓸리게 되죠. 거기 한번 물들이면 요란한 겉치레에서 벗어날 수 없죠. 저는 예술가의 근본이야말로 아주 조용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중국 상해에 거주하며 아트스페이스펄 10주년 기념 첫 번째 전시로 대구를 찾은 황우철 개인전은 내달 16일까지. 053-651-695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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