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온몸으로
체온보다 더 뜨겁던 널 품다가
염소 뿔도 녹일 다습한 고열을 앓는다
지병처럼 끼고 살던 저체온의 그늘이
백일홍의 붉은 이마에 묶여
지금, 너보다 더 뜨겁게 뿔났다
소리 소문 없이 낡아가느라 뜨거워진 내 뿔은
침착하고 조용하기만 했던
착한 미열을 버렸다
갈 때가지 가보자는 막장 결심은
고열에도 물러터지지 않고 야무지게 굳겠다
여름밤이 동네 건달처럼 어슬렁거릴 때
주인의 변심도 알아채지 못한 채
한군 자리만 지키는 충견 같은
폭염의 뜨거운 이마를 짚어준다
◇모현숙=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14),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구시인협회 회원, 조선문학문인회 회원, 詩공간 동인, 시집: <바람자루엔 바람이 없다>
<해설> 지구 온난화는 우리나라의 사계를 흩뜨려 놓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몸뚱이가 여름을 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산다는 일 또한 그렇다. 뜨거워도 어쩔 수 없이 끌어안고 마침내는 극복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