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여론의 도마에 오른 대북식량지원
[윤덕우 칼럼] 여론의 도마에 오른 대북식량지원
  • 승인 2019.06.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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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최근 ‘함흥 미사일 공장 단지’의 지하 시설이 사실상 완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 연료 미사일 제조 단지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에도 신종 미사일 양산시설을 확장해온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북식량지원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북한 정부가 제재해제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또다시 식량난을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대표단은 지난달 9일 UN인권이사회에서 식량상황이 3년째 좋아졌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개최한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 UPR회의에서다. 유엔 식량기구들과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이 10년 새 최악이라며 긴급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정작 북한 관리들은 국제사회에 식량 상황 개선을 홍보하고 있다.

리경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은 “북한의 양곡 가격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식량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식량판매소들의 양곡 가격이 해마다 낮아져 2018, 2019년에 최저가격을 기록하였다는 사실은 식량 문제 해결에서 진전이 있다는 것을 실증해 주고 있다”며 “식량 수요를 원만히 충족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해결 전망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장마당 쌀값이 올해 안정적이고 오히려 좀 더 내려갔다는 대북 소식통들의 지적에 이어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양곡 가격도 낮아졌다고 북한정부 대표단이 직접 확인한 셈이다. 게다가 한채순 북한 보건성 보건경영학 연구소 실장은 “모든 어린이에게 두유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은 또 어린이와 장애인 등 가장 취약한 계층을 최우선 순위로 돌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갑자기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이런 취약 계층이 가장 고통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식량을 과거처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지적과 달리 북한당국자들의 주장대로 본격적인 식량난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 내 시장 가격 변화 등을 토대로 볼 때 아직 식량난으로 보일 만한 조짐은 없다”고 최근 VOA에 밝혔다. 북한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의 올해 1분기 대중 식량 수입액은 담배나 과일 등 기호식품 수입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무역센터(ITC)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밀가루 등 식량이 담배나 과일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의 이같은 수입 구조를 식량난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9차례에 걸쳐 북한에 쌀을 지원했다. 지금까지 지원한 식량은 금액으로는 무려 1조 1015억원(무상2,288억원, 차관 8,728억원)어치다. 지원된 식량들이 굶주린 북한주민들의 양식으로 전달됐는지 군량미로 쓰였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리고 식량지원 금액만큼 아낀 북한정부예산이 대한민국 국민과 안보를 위협하는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얼마나 사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 2010년 ‘의회 한·미관계 현안 보고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1998~2008년 한국이 북한에 약 70억달러의 경제협력을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29억달러는 현금으로 지원했다고 공식화했다. 특히 북한은 이 기간 중인 1999년 핵무기용 우라늄 농축기술을 해외에서 구입하기 시작해 2000~2001년에는 기술 조달을 가속화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한국의 지원 자금을 핵무기 개발에 전용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공식화 및 공론화했다.

래리 닉시 한반도 전문가가 지난 2010년 1월 작성한 이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에 제공한 현금의 출처가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정부가 다음 주에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 5만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데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해 “서울시가 100만 불, 우리나라 돈으로 12억 정도를 유엔식량계획(WFP)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1일 오전 논평을 내고 “햇볕정책이란 명목하에 쌀과 돈을 퍼부었던 10여 년간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평화가 아니라 국군장병들의 희생이었다”며 “과거의 비극으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비극은 또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31일 정부가 다음주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식량 5만t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현 시점에서) 식량을 지원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황 대표는 “어려운 북한 주민을 돕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북한 비핵화 과제를 이루려는 (국제적인) 큰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정부가 정말로 식량문제가 심각하다면 전문가들과 언론의 방북 조사·접근을 투명하게 제한 없이 허용하면 된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나 지금이나 이를 규제하고 식량을 정치적인 이중적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때이른 대북식량지원이란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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