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문 101 김윤재 개인전 '현대인 몸에 세운 대가의 진경산수'
갤러리 문 101 김윤재 개인전 '현대인 몸에 세운 대가의 진경산수'
  • 황인옥
  • 승인 2019.06.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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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신선, 아파트-기와
이질적 대상 결합 정상화 시도
작품-풍경1
김윤재 ‘메탈 산수’ 연작.

제아무리 긍정적인 인간형이라도 미래를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현재를 지탱하는 토대가 제법 탄탄할지라도 불확실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일까? 미래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업보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일종의 순응이다. 그러나 작가 김윤재의 생각은 좀 다르다. 순응보다 자유의지 편에 선다. 극복하자는 쪽이다. 현재와 과거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면 희망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

“과거에 아쉬웠던 점들을 현재에 개선할 수 있다면 미래는 지금보다 달라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 김윤재 개인전이 갤러리 문(MOON)101서 12일까지 열린다. ‘메탈 산수’, ‘콘크리트 위에 핀 꽃’, ‘하우스(House)’ 연작 등 대표작들을 설치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대구 개인전이다.

작품 ‘메탈 산수’에는 인간의 머리나 팔 등의 인체 일부 위에 메탈 소재로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등의 조선 시대 산수화를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현실에서 존재할 수는 없지만 가능할 수 있다면 인체에서 신선한 음식 재료를 공급받을 수도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이에요. 인체 위의 산수는 소우주인 셈이죠.”

작품 ‘콘크리트 위에 핀 꽃’에는 구름을 타고 노니는 신선(神仙) 대신 모래 위 콘크리트 블록 위에 떠 있는 신선을 형상화했다. “콘크리트가 무생물이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들꽃이 피어나듯이 콘크리트가 생명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 작품 ‘하우스’에는 인간의 뼈가 연상되는 철재로 아파트처럼 단을 쌓고 단 위에 금색 지붕의 기와집을 설치했다. “전통건축 양식을 깡그리 버리고 서양식 건축물 일색으로 흐르고 있는 현시대를 꼬집고, 우리 것의 가치를 재조명해보고 싶었어요.”

작품의 형태와 소재는 제각각이다. 그러나 공통으로 적용되는 개념은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다. 인간의 인체와 자연, 콘크리트와 신선, 아파트형 구조와 기와집 등 이질적인 대상을 하나의 서사 속으로 엮어내며 정상범주로 격상해낸다. “모순 상황이 정상을 넘어 희망적인 상황으로까지 발전되죠.”

금강전도
김윤재 ‘메탈 산수’ 연작.

‘현대인의 인체 위에 조선시대 산수화를 결합한다’는 발상은 낯설지만 기발하다. 이때 인체는 현재를, 자연은 과거를 상징한다. “자연과 비자연, 과거와 현재가 좋은 관계로 재설정될수 있다면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을까 하는 바람의 표현이죠.”

작가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인지는 분명해졌다. 풍요와 융성을 위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것. 자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군 복무시절로부터 왔다. 그는 현역 2년을 사람들의 발길을 불허하는 비무장지대(DMZ) 수색대에서 근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슬 퍼른 이념의 최전방인 DMZ의 자연에서 눈부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한 것.

“제게 자연은 풍요와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다가와요. 현재와 조우해 미래를 풍요롭게 할 원천이죠.”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김윤재는 경원대학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포스코미술관 등의 다수 개인전과 2014년 대구미술관 네오산수전에 참여했다. 현재 현재 경기도 광명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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