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수수료를 아시나요?
노인수수료를 아시나요?
  • 승인 2019.06.04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필자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은행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시장 앞이면 어김없이 대형은행의 지점이 각 은행 별로 즐비했고 큰 건물의 1층은 거의 은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자에 수수료장사로 그렇게 많은 지점을 낸 것이라 생각하면 씁쓸하긴 하지만 그때 은행은 적어도 말도 없이 사라져서 이용객들이 은행 찾아 삼만리를 하는 요즘과는 사뭇 다르다.

시중은행의 지점수가 극소수의 은행을 제외하고는 많이 줄었다. 체감으로도 그러한 것이 자주 가던 한산한 동네 지점은 어느 순간 문을 닫은 경험은 한 번쯤은 대부분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작은 규모로 무인기반의 현금자동인출기(ATM)만 있던 곳도 많이 사라졌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 전국적으로 7천097곳이었던 은행 지점은 지난해 말 6천763곳으로 감소했고 이는 2년 만에 334곳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현금자동인출기는 4년 동안 1만 대 이상이 없어졌다.

은행들은 스마트폰의 급격한 보급과 더불어 이용 은행의 앱을 통한 손쉬운 자금이체와 적금가입, 펀드, 주식부터 각종 공과금 납부 등으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따라서 지점 운영의 효율이 떨어지게 되어 적자가 나는 지점이나 중복지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슴 아픈 것은 이러한 폐쇄의 불편을 가장 먼저 온몸으로 겪는 것이 고령층이다. 원래 가던 지점의 폐쇄로 가깝게는 500m 멀리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방문해야만 한다. 친한 은행직원이 사라져서 자잘한 금융정보는 더욱 멀어졌고 교통수단이 불편하거나 다리가 아픈 등의 몸이 불편한 고령층은 두 배, 세 배로 힘들다.

전에도 필자가 고령층이 인지하고 쫓아가기에는 너무 빠른 사회의 변화가 더욱 그들을 사회로부터 소외되게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세상은 너무 스마트해져 가는데 보통의, 혹은 사정이 남들보다 못한 고령층은 스마트해 질래야 질 수 없는 것이 스마트폰 자체를 유지할 경제력이 안되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이 어려워서 늘 젊은 자녀나 휴대폰가게 직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배려하는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고령층이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모바일 뱅킹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폰뱅킹도 자식들의 ‘보이스피싱’ 염려 덕에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이며 그 작은 보안카드 및 OTP의 번호가 잘 보이지도 않아 이용하려 해도 정말 힘들 것이다. 비밀번호 입력오류로 인한 자동 차단은 그들을 두 번 울린다. 은행 앱의 경우, 40대인 다소 젊은 필자가 보더라도 메뉴가 너무 많고 글씨는 작고 설명은 짧고 용어는 전문용어가 섞여 있어 이용이 쉽지만은 않다.

지점 폐쇄로 인해 고령층이 단지 500m 1㎞를 걸어가야 하는 물리적인 불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금리가 좋은 예금과 적금 상품, 환전 수수료, 보험 등 대부분의 금융 상품들은 요즘 들어 더더욱 모바일이용객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결국 크든 작든 소득격차 심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바일뱅킹으로는 송금 수수료가 무료이지만 현재 대부분의 시중 은행에서 창구를 통한 타행이체는 금액 차등이긴 하나 보통 2천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서울 사는 손주에게 용돈이라도 보내려면 1키로를 걸어가 삼십분이고 한시간이고 기다려 5만 원을 송금하는데 2천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 보통의 대한민국 고령층의 현실이다. 이렇게 창구를 이용하여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의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이 수수료를 ‘노인수수료’라고 부른다. 나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부가 축적되는 사회라면 은행들이 앞다투어 이러한 고령층이 모시고 업고 무조건 맞추겠지만 대한민국은 노인빈곤국가라고 할 만큼 가난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기에 결코 금융기관들은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는다.

국가의 제도적 복지정책은 구멍이 있기 마련이다. 또 그 복지정책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부분도 참 많다. 그때는 민간센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행 한 코너에 고령층에게 모바일뱅킹활용을 알려주는 전담 직원을 두는 것, 물론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세상이 효율만 추구하는 것,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그 언젠가 본인도 효율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령층을 비롯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배려는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