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의 현금복지 제동 가능할까
기초단체장의 현금복지 제동 가능할까
  • 승인 2019.06.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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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15곳 기초단체장들이 퍼주기 현금복지가 과열되고 있다면서 대안을 찾기 위해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만큼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있는 나라도 드물다. 선별적 복지를 뛰어 넘어 보편적 복지, 특히 의료복지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도다.

국가정책의 무게가 복지에 쏠리다보니 시나브로 사회복지는 무조건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자기 부모의 노후 생활을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꽤 있다고 하니 복지가 인간 삶의 순수성을 앗아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복지는 시혜가 아닌 정당한 국민의 권리라고 인식되면서 복지정책의 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활용하고 있음을 자주 목도한다.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후 29년의 세월을 겪으면서 갖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지방자치제도가 점차 안착되어 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 중심정부체제 아래에서 지방자치의 존재는 제한과 형식에 매여 제대로의 빛을 발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자치구는 생활자치의 중심으로 주민들과 가까운 위치에 있다. 주민선거로 뽑힌 시장·군수·구청장은 주민들의 환심을 얻기 위한 지방정책 개발에 골몰한다.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와 특성을 찾아내어 지역을 선전하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실천한 자치단체들도 다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복지제도의 폭이 넓혀짐에 따라 시장 군수·구청장이 주민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이른바 ‘현금복지’다. 복지란 이름을 붙였지만 정치성이 짙은 포퓰리즘 행위에 가깝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 어치의 지역상품권을 뿌린 것이 히트치자 기초단체장들이 경쟁하듯 머리를 짜서 별의별 현금뿌리기 정책을 만들었다. 돈을 준다는 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일부 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선심성 현금복지는 대략 이런 것들이다. 어르신 공로수당, 독서수당, 어린이무상의료, 청년배당, 청년연금, 해녀수당, 경로당지키미수당, 무상교복 등등 그 종류도 많다. 군수들이 목매고 있는 출산장려금도 제 멋 대로다. 첫째 아이는 10만원, 다섯째는 100만원을 지급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첫째 220만원, 다섯째 1천900만원을 주는 기초자치단체도 있다.

현금복지는 지방자치단체의 능력에 따라 행해지는 자주적인 행위이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장들이 현금복지 경쟁은 공멸의 길이라고 하면서 자성(自省)을 내 세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퍼주기 복지라는 말이 난무하고 마구 퍼주는 복지비가 국민들의 세금을 축낸다고 비판 받는 상황에서 위원회구성은 매우 신선해 보이지만 일부 기초단체장의 현금복지 제동이 정치적 행위처럼 보이고 성공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위원회를 만들자고 나선 15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현금복지를 시행하고 있는 단체장은 안 보인다. 현금복지를 하고 있지 않는 단체장들이 앞장 선 것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시행중인 각종 현금복지를 전수 조사하여 성과가 있을 경우 국가에서 지원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세금만 들이고 효과가 미미한 서비스는 해당 단체장에게 폐지를 권고한다는 생각이다. 자치단체에 대한 정부의 일괄적인 복지비지원과 별도로 시·군·구가 자율성과 능력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현금복지를 포기하고 위원회의 권고에 동조할 단체장이 얼마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행정가라기보다 정치인인 단체장이 현금복지를 중단하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위원회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에 둔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협의회의 활동이 미비한 점을 본다면 위원회 설치계획이 일부 단체장들의 정치적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듭 말하지만 자치단체의 장점은 자율성이다. 시·군·자치구가 자체 재정능력이 있으면 지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복지제도는 신장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권의 중심에 있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지방재정의 악화를 초래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지방의회의 동의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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