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 ‘오롯이’…화사한 美色 ‘다홍’
한국미 ‘오롯이’…화사한 美色 ‘다홍’
  • 황인옥
  • 승인 2019.06.0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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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 하종현展
연작 ‘접합’·신작 10점 선봬
독창적 기법 ‘배압’ 등 구사
단청·도자기·전통악기 문양
한국색채 베인 물체서 영감
화려한 색채로의 변화 ‘주목’
하종현
하종현 작가가 국제갤러리 부산점 개인전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종현 작2
하종현 작 ‘Conjunction 18-12’.
 
하종현 작1
하종현 작 ‘Conjunction 18-52’.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는 1세대 단색화가. 작가 하종현(84)을 수식하는 상용구들은 찬사 일색이다. 한창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하종현 화백의 현재 위치를 반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무대에서 종횡무진. 그는 최근 파리, 런던, 뉴욕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오는 9월 밀라노 카디 갤러리, 2020년 2월 런던 알민레쉬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최근 개인전이 열리는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만난 그는 8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했다. 에너지가 넘쳤다. 5년 전 대구 전시에서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시간을 거스르는 듯했다. 마르지 않는 열정의 원천을 궁금해 하자 그가 “내 작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주목에 힘이 난다. 그분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 많아 더욱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들이 자극제가 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하종현 개인전 ‘Ha Chong-Hyun’전을 열고 있다. 파리, 런던, 뉴욕, 도쿄 등 국제적인 활동에 주력해온 작가의 국내 개인전은 4년 만이다. 전시에는 수십여 년 동안 천착해온 대표 연작 ‘접합’(Conjunction) 근작과 신작 10여 점을 걸었다.

하종현은 단색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기존회화의 고정관념을 깨는 고유기법으로 주목받아 왔다. ‘접합’ 연작을 통해 세계미술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해왔다. 캔버스 대신 마대자루를 사용하고, 뒷면에서 물감을 앞면으로 밀어 올리는 배압법을 구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배압법으로 배어나온 앞면의 물감 알갱이를 나이프나 붓, 나무 주걱 등으로 자유롭게 변주하고 아래서 위로 밀어 올리며 중력을 거스르는 실험성도 비판적 태도의 반영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의 기성 형식에 대한 저항적 태도는 ‘회화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단색화 태동기부터 화면의 앞뒤를 구분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견지해왔다. “그림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매번 똑같은 생각을 하기보다 자기 색깔을 자기가 끄집어 내야한다.”

그에게 노(老) 화가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90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 견지하는 작가정신은 여전히 꼿꼿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적색, 청색, 다홍색 등 화려한 색 작품을 출품하며 또 한 번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7년에 내 그림을 보고 있는데 문득 나중에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가면 ‘몇 년 그렸냐’ ‘너처럼 색깔도 안 쓰는 사람이 화가냐’고 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색을 많이 쓰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선명한 다홍색 ‘접합’ 연작은 올해 초 ‘프리즈 LA’ 아트페어 국제갤러리 부스에서 처음 선보이고, 3월 도쿄 블럼앤포 갤러리 개인전에서 작은 크기의 작품으로 소개된 데 이어 국내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다홍색은 한국의 단청과 전통악기의 화려한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쓰게 됐다.”

한국적인 다홍색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적인 것에 대한 그의 천착은 이미 50년전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작업들이 화국적인 화풍에 대한 열망의 결과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는 한국적인 회화를 화두로 삼아왔다. 서양화의 형식을 빌지만 내용은 우리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태도를 일찍부터 강하게 드러냈다. 회색, 검정, 흑색 등의 색채 역시도 단청의 색, 도자기의 색, 고색창연한 기왓장의 색 등 익숙한 우리의 색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배압법이나 뒤에서 밀어 올려 생기는 오일페인팅의 번짐 현상 등의 자연현상을 수용하는 태도 또한 동양정신의 반영이었다.

“내 작품은 우리를 찾는 길에서 나왔다. 동양인의 세계관과 자연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전시작 ‘접합(Conjunction) 18-52’는 그간 해왔던 기법들이 총망라다. 먼저 마포에 검은색 물감을 칠한 뒤, 뒷면에서 흰색 물감을 밀어내고 앞면의 표면에 그을음을 입힌다.

“그을음 기법은 나만의 색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이후 표면을 다시 긁어내 음각형태로 흰색 물감을 노출시키고, 얇은 철사로 서체 같은 표식을 만들어 완성한다. 사실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기법이나 색채는 작업 초기에 사용했던 방식들의 신버전에 해당된다. 그는 평소 구작들에서 영감을 받는다.

“물성과 정신과 퍼포먼스가 작품 속에서 합쳐지고, 뭉쳐지고, 엉켜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접합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전시는 7월28일까지. 051-758-2239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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