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결혼문화 ‘파트너’
프랑스의 결혼문화 ‘파트너’
  • 승인 2019.06.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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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결혼 정보 대표
교육학 박사



신혼시절부터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한국의 대학에서 부부교수로 있는 친구가 있다. 세 살 때 프랑스로 간 큰 딸은 프랑스 전통의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란 예의 바른 프랑스 총각과 결혼했고, 둘째인 아들도 눈이 파란 예쁜 프랑스 아가씨와 교제 중이다. 아이들이 모두 프랑스 국적을 갖고 거기서 생활하다 보니 친구는 아들만이라도 한국 아가씨와 결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부모 마음일 뿐이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들은 프랑스 문화와 사회가 더 익숙한 프랑스 젊은이였다. 어느 날 아들이 사귀고 있는 프랑스 아가씨를 소개하면서, 결혼은 신중해야 되기 때문에 동거부터 하겠다고 했다.

프랑스의 결혼문화는 만 18세 이상 성인이 되어서 연인이 생기면 결혼하기 전에 동거부터 한다. 프랑스의 가족제도로는 법적 제약을 받지 않는 형태의 시민연대협약(PACS)이 있고, 법적 규제를 받는 결혼이 있다. 프랑스는 이혼율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결혼해서 이혼을 하게 되면 위자료 등 재산이나 경제적 분할 등 수수료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남성은 여성이 재혼하기 전까지 생활비나 양육비 등 월급의 반 이상을 지불해야 된다. 남성의 이혼은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남성들은 결혼을 꺼린다. 그래서 동거와 결혼의 중간 형태인 팍스를 선호한다. 팍스는 정식 결혼과는 다르지만 세금공제, 배우자 상속도 가능하고 결혼과 같은 혜택을 받는다. 팍스는 두 사람이 살다가 서로 뜻이 안 맞아 헤어지고 싶으면 둘 중 한 명이 팍스에 서류를 제출하면 끝이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결혼제도에 구속되지 않고 가장 자유로운 결혼인 파트너 개념인 팍스를 좋아한다.

또한 프랑스는 EU에서 혼외 출산 비율이 가장 높다. 신생아 10명 중 6명이 혼외 출산이다. 프랑스의 출산정책은 국가가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부모의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가 보호하고 도움을 주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 결혼하지 않은 부모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도 신분상 차별을 받지 않는 인간 중심의 주체적 삶의 방식이다. 최근 언론의 한 기사에 ‘왜, 결혼해야만 가족인가요’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모가 차별과 싸우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단면이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엄마 아빠가 결혼을 해야 가족이 된다고 배웠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부모 자녀가 된다. 한국사회에 태어난 순간부터 아이는 사회의 편협된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부모가 사실혼으로 동거를 하고 있지만, 법적 제도인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도 결혼을 하지 않는 동거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국민의 56.4% 이상이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한다. 젊은 세대들의 결혼관이 달라지고 있고, 결혼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변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가족관계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비혼, 만혼, 독신 등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개인의 다양성과 가치관으로 달리 해석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이 시대에 우리도 동거나 미혼모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새로운 결혼 문화의 흐름에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의 나라들은 결혼이라는 제도도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삶의 방식의 하나로 보고 있다.

친구의 딸은 프랑스 남자 친구가 팍스를 원했으나, 우리 동양인들은 딸자식이 동거를 하면 부모님이 반대한다고 했더니 프랑스 시댁 어른들이 결혼을 수락했다. 친구는 딸의 현명한 처신에 자랑스러워했고,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동거라는 것은 허용할 수 없었다며 안심을 했다. 하지만 아들은 결혼이 갖고 있는 법적 위력에 눌려 팍스 문화를 따라가지 않을까? 딸과 아들의 입장이 아이러니컬하지만, 암튼 내 친구는 한국의 결혼 문화와 프랑스의 결혼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글로벌한 한국인임이 틀림 없다. 다양한 결혼 문화를 인정하고 ,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프랑스 문화를 보면서 미래 한국사회의 ‘결혼과 가족’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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