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 사립문 틈으로 사라진
갈래 머리 소녀의 환상이
슬픈 미소를 짓고 있다
바람의 빗질에
이마가 맑아진 돌담은
흘러내린 물살에 포개져
밤새도록 울고 있다
저 혼자 피고
저 혼자 뒹굴다
꽃잎은 말라가실 것이고
초례청 술잔에
입술 한번 적시지 못한 소녀는
산딸나무 꽃으로 핀다
이젠 꽃잎 따다
띄워 줄 술잔이 없으니
사립문 서 있던 초가 집터
내가 꽃인 듯 우두커니 머문다
◇오상직=경북 의성 출생, 亞細亞文藝 詩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형상시문학회원, 아송문학회 대구지역장, 세계모덤포엠 작가회, 낙동강문학 동인.
<해설> 회상의 초례청이 아스라이 머물고 있는 용두골 초가집 문틈으로 갈래진 소녀의 환상이 슬픈 미소를 짓고 있다는 화자의 비장미가 엿보인다. 아마 용두골 초가집은 화자의 고향집이리라. 세월에 낡아가는 초가 뒤뜰에는 온갖 꽃들이 제 알아서 피고 지며, 회상의 소녀는 산딸나무 꽃처럼 피어난다.
한데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희소(嬉笑)하며 초가 집터에 우두커니 서 있는 화자의 에로스적 물상이 애틋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