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의 결정체 …봉산문화회관 김문숙展
고요함의 결정체 …봉산문화회관 김문숙展
  • 황인옥
  • 승인 2019.06.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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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형태, 흰색·무채색만 사용
번뇌에서 벗어난 모습 형상화
김문숙-작품1
김문숙 작 ‘오래된 새로움 백(白)’


구도자에게 삶과 수행은 둘이 아닌 하나다. 깨달음을 향한 여정에서 수행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수행이다. 구도자가 아닌 작가로 살아가는 김문숙의 삶과 예술을 이 공식에 대입하면 비약일까? 그녀의 삶에서도 수행이 일상처럼 반복된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깨달음의 결정체를 예술이라는 시각적 표현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구도자와 다를 뿐, 단순한 비약으로 치부할 수 없는 수행자의 행위와 근기가 삶 전반을 관통한다.

“40여년간 육체와 영혼의 근육을 키워가기 위해 매일 3~4시간의 명상과 기도를 해 왔어요. 제 예술은 기도와 명상의 연장선이었죠.”

최근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어릴 때부터 몸이 많이 병약했다”고 했다. 김 작가는 “몸이 건강하려면 육체와 영혼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영육의 건강을 위해 지난 40여년간 명상과 기도를 했다”고 밝혔다. 구도자의 수행과 다르지 않은 생활 패턴이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는 20대 중반이었다. 26살에 사찰에서 운영하는 체계적인 수행 프로그램을 체험한 후부터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좌선과 기도에 몸을 내맡기며 ‘나는 누구인지?’, ‘삶과 죽음의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에 매달렸다. 당시 그녀를 사찰로 이끈 것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어요. 그때 어느 스님께서 수행 프로그램을 추천해 참여하게 됐죠.”

작가 김문숙이 6년 만에 여는 개인전 ‘오래된 외로움 백(白)’에 내놓은 작품들은 전시 제목과 동일한 신작들이다. 예전에 사용하지 않던 흰색과 무채색 계열을 배경으로 사용하고, 원(圓) 형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작품들이다. 이 두 요소는 최근 새롭게 찾아온 변화의 핵심이다. 흰색이나 무채색을 단색화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결론이다. 현상적인 단색화라기보다 내면 상태를 표현한 추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흰색과 무채색은 사고의 개입 이전에 해당하는 본성의 반영에 가까워요. 근원에 대한 접근인데 오랜 수행으로부터 왔죠.” 원(圓)이라는 기하학적 형상도 영적 수행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결과다. “붓 터치 속에서 불현듯 원이라는 형상이 툭 튀어 나왔어요. 보다 고요해진 지금의 제 마음 상태의 반영이었죠.”

40여 년 간의 작업 기간 동안 화풍의 변화는 몇 차례 찾아왔다. 2000년대 초반의 ‘바라보다’ 연작에서 2000년대 중후반 선과 면 그리고 색으로 비 내리는 형상을 표현한 ‘레인스틱(RAINSTICK)’, 2010년 초중반의 작업인 화려한 색채 위의 원구형 형상을 표현한 ‘원을 그리다’ 연작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에게 몸과 정신, 그리고 예술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하나로 맞물려 돌아간다. 이러한 패턴은 김문숙의 아킬레스건인 건강과 관계된다. 병약했던 건강이 영혼과 예술에 영향을 미치는 것. 작가가 “몸의 신호는 마음 상태의 암시이며 구체적으로 그림 속 형상으로 드러나곤 했다”고 했다.

가장 원만한 상태는 몸과 정신, 예술이 균형을 이룰 때다. 이때 수행이 중요한 촉매제가 된다. 수행을 통해 몸과 영혼의 근육을 단련하고, 예술로까지 확장해 나간다. “작품이 제 몸의 건강과 같은 보폭으로 가고 있음을 언제부턴가 느끼기 시작했어요. 몸의 건강은 물론 예술을 위해서도 저를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했었죠.”

색을 빼고 흰색과 무채색을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가슴에서 끊임없이 차오르던 말들이 어느 순간 잦아들면서 화려한 색채가 사라졌다. ‘원’이라는 형상도 번뇌와 망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면서 찾아온 결정체다. “색채 속에 담아내던 이야기들이 잦아들었으니 색도 걷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둥근 원은 고요한 마음 상태의 현실태였죠.” 전시는 11일부터 1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3전시실에서. 010-3541-17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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