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재자 역할’ 답보 속 시험대 지속
한국 ‘중재자 역할’ 답보 속 시험대 지속
  • 최대억
  • 승인 2019.06.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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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1주년에도 교착 여전
“북한과의 접촉 계속 시도”
이달말 한미회담 최대 관심
‘하노이 입장’ 양보가 열쇠
화살머리고지서유해발굴하는병력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 현장 국방부가 지난 4월 1일부터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화살머리고지일대 우리측 지역에서 지뢰제거 및 기초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발굴단 병력이 정밀노출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남북관계가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시작으로 북미간 정상회담으로 가는 다리를 놓는 등 결정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올해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뒤에는 북한으로부터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로, 미국으로부터는 한반도 비핵화의 주도적 역할보다는 끊임없는 ‘중재자’ 역할만을 주문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국제사회 편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어왔지만 정작 북한과 미국 모두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장기전으로 돌입한 모양새다.

북한이 한국을 패싱(무시)한 듯한 채널 외교 다각화 행보를 시작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4월15일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실시한 연설에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빨리 갈 필요는 없다”며 속도조절을 시사한 점 등 북미 대화는 장기화될 전망을 암시했다.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알려졌지만, 두 정상의 전화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자신이 즐겨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상에 사실상 ‘노 코멘트’와 함께 이날 자신이 페이스북에 쓴 스케줄엔 문 대통령과의 통화는 빠진 다른 일정을 소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현지시간) 오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 직후 트위터 계정에서 “방금 아베 일본 총리와 북한과 무역에 관해 대화했다”며 “아주 좋은 대화”라고 말한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아베 총리 역시 당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또 (북ㆍ일)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한국과 문 대통령은 쏙 뺀 ‘주변국 공유’만을 강조한 바 있다.

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은 성사되더라도 후순위로 밀려 시기가 한참 늦춰질 수 밖에 없을 전망도 같은 맥락에서 읽혀진다.

한미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그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 다시 문 대통령의 중재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지가 현재로서 최대의 관심사이지만 북한은 최근 남측의 인도적 지원 발표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연일 “외세 간섭을 배격하라”며 압박했었다.

김연철 장관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5·26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남북정상회담은 필요에 따라서 충분히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경험이 있고, 현재도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여러 환경이 존재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수면 위에서도 정부는 여러 가지 남북교류 제안을 꺼내 들고 대화 채널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북한의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 검토하고 나섰고, 2년 가까이 미뤄 왔던 세계식량계획(WFP)·유니세프의 대북 인도지원 사업 공여를 재의결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번번이 무산됐던 기업인들의 방북도 승인하고 북한의 입장을 타진하고 있다.

이는 모두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바닥난 남북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북한과 독자적 협력 공간을 확보해 꽉 막힌 정세 흐름에 숨통을 터 보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으나, 북한과 미국 어느 한쪽이 하노이 회담 당시 내세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상 현재의 교착 상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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